"15일부터 편의점에서 감기약을 판다고요? 저는 몰랐네요."
4일 밤 10시 서울 신촌의 한 편의점. 감기약 판매 여부를 묻자 아르바이트생은 금시초문이라는 듯 오히려 "어떻게 아셨느냐"고 되물었다. 인근의 다른 편의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3~5일 밤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신촌 마포 일대 GS25 세븐일레븐 CU 등 편의점 10곳을 둘러본 결과 6곳에서 약국이 문을 닫는 주말ㆍ야간에 상비약을 팔아야 할 아르바이트생들이 판매 품목은 물론 판매 여부조차 모르고 있었다. "감기약은 오남용 우려로 처방전이 있어야 해서 우리는 박카스 정도만 팔 수밖에 없다"고 엉뚱한 설명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곳은 "사장님이 판매 신청을 안 했다"고 답했고 나머지 세 곳만 제대로 알고 있었다.
감기약 해열제 파스 등 안전상비의약품 13종에 대한 약국 외(편의점) 판매를 1주일여 앞두고 실제로 판매를 담당할 아르바이트생 교육이 부실해 우려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편의점 점주에 대해 4시간 과정의 교육을 받도록 했지만 근무가 자주 바뀌는 아르바이트생에게까지는 교육이 미치지 않고 있는 것이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편의점 2만2,826곳 가운데 67%인 1만5,208곳이 의약품 판매를 신청해 지난달 30일까지 전국 28개(47회) 교육장에서 교육을 마쳤다.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지하철 편의점이나 계약 기간이 1년 미만 남은 곳을 제외하곤 대부분 신청한 셈이다. 판매자들이 알아야 할 내용은 ▦12세 미만에게는 판매하면 안 된다 ▦음주자는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면 안 된다 ▦1회분 이상 판매해서는 안 된다 ▦부작용 발생 시 의약품안전관리원에 보고해야 한다 ▦낱개 판매는 금지한다 등으로, 준수하지 않으면 안전사고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주말 아르바이트생의 경우 돌아오는 주말에도 점주로부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상비약 판매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 심야나 휴일에 상비약을 구입 못하는 불편을 해소하고자 도입된 제도의 초기 정착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일일이 교육을 시킬 수 없기 때문에 편의점 본사 매니저들이 수시로 현장 교육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고 가이드라인을 판매대에 비치해 보완할 예정"이라며 "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업주는 물론 종업원에게도 사후교육을 명령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안전상비의약품은 약국에서 파는 일반의약품과 달리 노란색 띠 등으로 '안전상비의약품'표시가 들어 가고 복용 안내 문구도 7포인트 이상으로 커진다. 또한 취급 편의점은 외부에서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점포 입구에 판매 표시 스티커를 붙일 예정이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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