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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안경 착용 금지 등 획일적 통제 과도 승객 안전 등 직무 수행에 무게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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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안경 착용 금지 등 획일적 통제 과도 승객 안전 등 직무 수행에 무게 둬야”…

입력
2012.11.0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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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사의 여승무원 복장 및 외모규정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와 공공운수노조연맹 여성위원회가 이게 성차별적 처우라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게 시작이었다. "기업의 상품화 전략에 반대하며, 여승무원의 복장과 외모규제는 승무원 본연의 업무와도 동떨어진다"는 논리다. 항공사 측이 여승무원의 치마길이와 액세서리 크기, 화장법, 헤어스타일 등을 일일이 규제하는 건 승객의 안전 업무를 수행하는 승무원 노동의 권리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이 문제를 두고 국가인권위가 최근 공개 토론회까지 열면서 논란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토론회에서는 반대 의견이 많았지만 불가피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 시각도 엇갈린다.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승무원의 직무가 본질적으로 승객의 편의와 안전을 증진시킨다고 봤을 때 복장과 용모 규제는 이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장대성 경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무한경쟁시대에 항공사 유니폼은 단순한 복장 개념을 넘어 브랜드 가치의 집약체"라며 "근로자의 용모와 복장도 서비스 품질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인이며 경쟁력"이라고 주장했다.

"유니폼은 브랜드의 정체성이자 경쟁력… 서비스직이 갖춰야할기본 예의로 봐야"

●찬성 - 장대성 경영학과 교수·한국항공경영학회장

의사·운동선수도 통일된 복장… 조직 신뢰도·단결력 제고 효과도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유니폼이란 일정한 기준에 의해 정해진 동일한 양식의 복장으로, 집단이나 조직에 소속된 인원이 조직 활동에 참여할 때 입는 의복으로 규정되어 있다. 또한 유니폼의 어원은 라틴어의 '우누스(UNUS: 하나의)'와 '포르마(FORMA: 형태)'가 합성된 것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유니폼의 정의와 어원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에 유니폼이 왜 만들어졌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 다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조직이 일원화된 이미지를 의복에 차용함으로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의복 문화가 발전하지 않았던 고대에는 한 종족이 문신이나 그림 등을 통해 한 집단 즉 조직임을 강조하기도 했고, 중세시대부터는 전쟁 시 피아 구분을 목적으로 군복이 활용되기도 했다. 현대에서도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군대조직의 통일된 결속의 힘과 상징을 나타내기 위해 육, 해, 공군, 해병대 등 각군 별로 고유의 복장을 채택해 소속 구성원들에게 착용시키고 있다.

군대든 기업이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품질이 우수해야 한다. 현대는 제조중심의 시대에서 지식과 서비스 중심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 따라서 기업조직의 품질도 제조품의 품질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품질도 중요시되고 있다. 특히 서비스 조직에서의 서비스 품질은 바로 그 조직의 승패를 결정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제조품과 같이 서비스에도 품질이 있다. 1988년 미국의 세 경영학자들이 최초로 서비스 품질 요인 5개를 찾아내어 학술지에 발표했다. 그들에 따르면 서비스 품질을 구성하는 다섯 개의 요인들은 유형성, 신뢰성, 반응성, 보증성, 공감성 등이다. 유형성에는 서비스 조직의 건축물, 실내 인테리어, 장비 등과 근로자들의 용모와 복장의 품질도 포함하고 있다. 즉 근로자의 용모와 복장도 서비스 품질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래서 필자가 젊은 시절 군대생활 할 때 지휘관들이 항상 복장 점검 및 단속을 하고 위병의 복장과 근무자세는 곧 부대의 얼굴이라고 했다.

유형성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시설 및 장비와 근로자의 복장, 용모뿐만 아니라 고객의 복장과 용모도 단정하고 깨끗해야 한다. 서비스품질의 평가자는 고객이고 서비스품질 향상의 최대 목적은 고객을 왕으로 모시고 기쁨과 즐거움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따라서 근로자의 복장과 용모, 두발은 물론 착용하는 액세서리도 고객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어야 하고 고객이 싫어하는, 또는 고객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용모와 복장, 두발, 액세서리 등은 서비스 품질을 저하시켜 조직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서비스 품질 향상에는 고객의 복장과 용모도 또한 중요하다. 그래서 미국의 고급 레스토랑이나 회원제 골프장에서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정장이나 골프복장을 고객에게 요구하며 때로는 그들의 요구하는 조건에 맞지 않는 복장과 용모의 고객이 들어올 때는 거절도 한다.

최고의 지식인들인 종합 병원의 의사들도 싫든 좋든 자기의 취향에 상관 없이 모두 하얀 가운을 입어야 하고 단정한 두발을 유지해야 환자 치료에 지장을 주는 액세서리는 착용하지 말아야 한다. 의사들이 자신의 개성을 존중한다고 각자 자기 취향에 맞는 가운과 수술복을 착용한다면 그 종합병원의 의사들의 모습은 환자들과 보호자들에게 어떻게 보일 것이며 병원과 의사들에 대한 신뢰도는 어떻게 될까.

우리는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에게도 복장과 조직의 경쟁력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한다. 우리는 전 세계인들을 고객으로 글로벌 경쟁을 해 승리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각에서는 항공사 유니폼에 대한 교체 및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항공사 브랜드에 미치는 역할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듯 하다. 항공사의 유니폼은 단순한 복장을 넘어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브랜드 가치의 집약체이다. 회사의 경영이념을 단기간에 바꿀 수 없는 것처럼, 유니폼의 교체 및 보완은 필요에 따라 손쉽게 바꿀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회사가 추구하는 철학이 충분히 반영된 유니폼은 회사의 브랜드 정체성을 나타내며, 부당한 제한이 아니라 서비스직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예의로 이해해야 한다. 항공사는 유니폼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일원화된 이미지를 고객에게 서비스하기 때문이다.

"안경 착용 금지 등 획일적 통제 과도… 승객 안전 등 직무 수행에 무게 둬야"

● 반대 - 이준일 고려대 법학 전문대학원 교수

은연중 여성상품화로 인격훼손… 女승무원에 더 엄격, 차별소지도

항공사의 여승무원에 대한 과도한 용모·복장 규제에 반대한다. 본질적으로 기업인 항공사도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기업이미지를 제고시켜야 한다. 단정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는 기업이 추구하는 하나의 좋은 이미지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승무원에게 통일된 유니폼을 입히는 것까지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머리모양부터 반드시 쪽진 머리를 해야 한다든지, 유니폼을 입을 때는 안경을 쓸 수 없다든지, 심지어 액세서리의 모양이나 크기 또는 눈 화장이나 매니큐어의 색깔까지 통제하는 것이 기업이미지의 제고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용모나 복장에 대해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개성이 강조되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요즘 세대에게는 그러한 권리가 더욱 중요하게 된다. 하지만 취업해 한 기업의 구성원이 되었다면 해당 기업이 추구하는 이미지의 제고에 동참할 의무가 있다. 입사 단계에서는 취직만 시켜주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던 약속을 해놓고선 정작 취업이 되고 나니 오로지 인권만을 운운하며 기업이미지를 훼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업이 고용된 근로자에게 무엇이나 강요할 수는 없고, 본질적으로 대등하지 않은 고용단계에서 한 약속을 취업 후에 이행하도록 강요하는 것도 불합리하다.

더욱이 용모·복장에 대한 규제를 남성승무원보다 여성승무원에게 더 엄격하게 요구한다면 차별의 소지도 있다. 사실 입직 단계에서부터 승무원은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더 많이 선발된다. 승무원은 여성의 일이라는 고정관념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여성승무원에게 아름다움이 요구되고, 그 아름다움이 여성의 성적 매력을 강조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획일적으로 치마만을 입히고, 쪽진 머리를 강제하며 안경도 착용하지 못하게 한다. 심지어 고객들이 아름다운 여성승무원을 선호한다는 논리까지 더해진다. 이것은 여성을 상품화하고 여성의 아름다움을 획일화하는 논리로서 독립된 인격체로서 여성의 고유한 인격의 발현을 방해하는 차별의 논리다.

승무원의 직무는 본질적으로 승객의 편의와 안전을 증진시키는 데 있다. 치마를 입고 안경을 착용하지 않아 아름다운 여성이라면 남성승객의 눈요기는 될 수 있을지언정 남녀를 불문한 모든 승객의 진정한 편의와 안전을 증진시킬 수 있겠는가. 특히 위기상황에서 안경도 쓰지 않은 채 치마를 입고 곱게 화장한 여성승무원이 승객의 안전을 지켜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승무원이 반드시 여성일 이유도 없다. 설령 여성승무원을 채용할 수밖에 없더라도 승객과 승무원의 안전을 우선시한다면 치마를 강요하거나 안경을 금지할 이유는 더욱이 없다. 굳이 규제가 필요하다면 승객의 안전이나 위생과 관련된 범위에서만 요구될 수 있을 것이다.

용모나 복장에 대한 규율은 여성승무원이 스스로 선택한 결정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통일된 제복이 가져다 주는 권위와 위엄에 스스로 만족해 이 직업을 선택했고, 그 직업에 충실하기 위해 제복의 착용과 각종 규율에 익숙해져 몸에 배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여성승무원의 직업의식에는 박수를 보낸다.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이 그럴 수는 없다는 점이다. 단 한 사람이라도 그러한 규율이 불편하다면 그러한 규율은 재고될 필요가 있다. 혹여 용모나 복장에 관한 다수의 관행 앞에 말도 못하고 따라가야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들에게도 숨 쉴 여지를 남겨놓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이미 오래된 이야기지만 여성승무원의 용모나 복장에 관한 논쟁은 1970, 80년대에 미국에서도 있었다. 그리고 여성승무원에 대한 용모나 복장의 강제를 성차별로 규정하는 미국사람들은 더 이상 여성승무원의 아름다움을 요구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여성의 승무원의 아름다움은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때 시작됨을 인식하고 있다. 때늦은 인권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도 이제는 여성승무원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바뀌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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