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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온통 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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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온통 가짜

입력
2012.11.0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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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는 고대 그리스 학자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Eureka)' 일화다. 왕이 아르키메데스에게 왕관이 진짜 순금인지를 판별토록 지시한다. 고민하던 그는 가득 찬 욕조 물이 몸 부피만큼 넘쳐흐르는 것을 보고 정확한 부피측정 방법을 깨닫는다. 그렇게 해서 같은 부피의 금과 왕관 무게를 비교, 금관이 가짜란 걸 밝혀낸다. 이후 그는 같은 방법을 이용, 위조주화 식별가로도 활동한다. 다른 게 아니라 짝퉁의 역사가 인류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는 얘기다.

■가짜에는 동서고금이 없지만 최근 들어 가장 자주 화제에 오르는 건 단연 중국발(發) 짝퉁이다. 심지어 정규 시내버스노선 중간중간에 똑같이 도색한 가짜 버스를 집어넣어 영업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 이후 늘어난 배차간격에 불편해진 주민들이 단속기관에 집단항의까지 했다던가. 지방 한적한 마을에 가짜 경찰서를 지어놓고 가짜 경찰들이 단속을 빌미로 수년 동안 주민들로부터 금품을 뜯어온 일도 있다. 이쯤 되면 가짜도 거의 예술의 경지다.

■인간뿐 아니라 동물세계에도 가짜는 흔하다. 위장, 변색, 과시 등 제 몸을 보호하거나 번식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행위가 따지고 보면 다 실체와 다른 가짜다. 뻐꾸기가 슬쩍 끼워놓은 알을 모르고 키우는 붉은머리오목눈이도 짝퉁 피해자다. 심지어 귀뚜라미 중에는 종일 열심히 우는 성실한 수컷 근처에 숨어 놀다가 찾아오는 암컷에 먼저 접근, 자신이 그 씩씩한 주인공인양 속여 짝짓기하는 놈들도 많단다. 암컷 입장에선 사기꾼 건달에 당하는 꼴이다.

■우리 원전에 가짜 부품이 장기간 대량 사용돼온 사실이 적발됐다. 한수원 측은 원전의 안전과는 무관하다고 변명하지만, 그 동안 저질러진 백화점식 비리 행태로 보아 아무 것도 신뢰하기 어렵다. 내부 공모나 방조 없이는 가능하지 않을 일일진대, 후쿠시마의 참극을 보고도 이럴 수 있는 무신경과 무책임이 끔찍스러울 정도다. 아무리 짝퉁이 횡행하는 세상이어도 최소한 지켜야 할 선이 있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직접 위협하는 가짜는 용납할 수 없는 중범죄다.

이준희 논설실장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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