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야생마' 이상훈(41)이 독립야구단인 고양 원더스 투수코치로 8년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온다. 고양 원더스는 6일 "김성근 감독의 제의를 흔쾌히 받아 들여 이상훈을 투수 코치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5일 구단을 방문해 계약한 이상훈은 신변 정리 후 17일 제주 전지훈련부터 선수단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상훈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복귀 소감을 담담하게 전했다. 그는 "선수 시절부터 스승으로 모셨던 김성근 감독님의 부름을 받고 복귀를 결심하게 됐다. 나 같은 놈을 받아주신 감독님께 감사 드린다"고 했다. 이어 "특별한 기술을 가르친다기보다 선수들도, 나도 열심히 하면서 깨우쳐 나가는 것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프로리그는 아니지만 이상훈은 2004년 SK에서 은퇴 후 8년 만에 소속팀을 갖게 됐다. 그는 은퇴 후 한동안은 개인 사업과 밴드 활동을 병행하며 야구와 거리를 뒀지만 몇 년 전부터 자의반 타의반으로 야구계 복귀를 타진해 왔다. 사회인야구와 유소년야구 지도 경험이 전부로 알려져 현장 감각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지만, 그는 최근까지도 서울 강남 인근의 중학교 두 군데에서 인스트럭터로 활동하며 홀로 지도자 수업을 받아 왔다.
이상훈은 아직까지도 LG 팬들과 투수들 사이에서 '전설'로 회자되는 불세출의 스타플레이어다. 1993년 LG에 입단해 이듬해 18승(8패)을 올리며 LG의 마지막 우승 주역이 됐다. 다승왕에 올랐던 95년 기록한 20승(5패)은 토종 투수로는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는 '마지막 선발 20승'이다.
마무리로 보직을 바꾼 97년에는 47세이브포인트로 구원왕에 올랐다. 이듬해 일본프로야구 주니치로 진출한 그는 한국인 최초로 한미일 프로야구를 경험한 선수였다. 출중한 실력과 함께 트레이드마크인 장발, 그리고 강인한 심성으로 투수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자 우상이 됐다.
김성근 감독도 "그 정도 대스타가 유니폼을 입지 않은 것은 아까운 일이다. 한국과 일본, 미국 야구를 모두 경험했다는 투수가 팀에 합류했다는 자체만으로도 팀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며 이상훈의 귀환을 반겼다.
이상훈은 올 시즌을 끝으로 물러난 곽채진 투수코치의 빈 자리를 메우는 한편 박상열 투수코치와 함께 원더스의 투수진을 책임진다. 김 감독은 "현재 괜찮은 투수가 몇 명 눈에 보인다"며 "코치의 지도 아래 잘만 가다듬는다면 2~3명의 선수를 프로에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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