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농구는 테크니션의 시대다.
수비자 3초룰 폐지로 뛰어난 기술을 갖춘 선수가 돋보이고 있다. 골밑은 이중, 삼중으로 마음껏 도움 수비를 들어갈 수 있어 공간이 비좁다. 밖에서 개인기를 앞세운 돌파와 중거리 슛으로 활로를 뚫어야 확률 높은 공격이 이뤄진다.
공격형 가드가 득세하는 이유도 3초룰 폐지의 영향이 크다. 슈팅 가드에서 포인트 가드로 변신한 김선형(SK)은 빠르다. 질풍 같은 드리블이 일품이다. 수비 진영에서 공을 잡고 재빠르게 치고 나가 상대 수비가 모두 백코트하기 전에 레이업 슛을 성공시키는 것은 김선형의 트레이드 마크다. 3점슛 성공률도 37.9%로 나쁘지 않다.
전태풍(오리온스)은 기술만 놓고 볼 때 단연 최고다. 어렸을 때부터 안대로 눈을 가리고 드리블 훈련을 했던 만큼 공을 자유자재로 다룬다. 수비가 붙으면 돌파를 시도하고, 떨어지면 슛을 던지는 전태풍의 공격은 알면서도 막기 힘들다. 공격보다 동료를 살리는 패스에 집중하던 김태술(KGC인삼공사) 역시 골밑이 뻑뻑하자 외곽에서 득점에 치중하고 있다.
이상범 KGC인삼공사 감독은 "요즘에는 가드들도 득점을 어느 정도 해줘야 한다"며 "패스도 좋지만 수비가 떨어질 때 과감히 슛을 던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선수도 빅맨보다 내외곽을 넘나드는 포워드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복덩이'로 불리는 후안 파틸로(196㎝·KGC인삼공사)는 10경기에서 평균 20.9점을 넣어 득점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화려한 플레이뿐 아니라 높은 포물선을 그리는 외곽 슛도 정확하다.
리카르도 포웰(196㎝·전자랜드)와 애런 헤인즈(201㎝·SK) 역시 큰 키는 아니지만 위치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든 득점이 가능하다. 둘 모두는 팀 공격의 첫번째 옵션이기도 하다. KT가 최근 분위기를 탈 수 있던 원동력 또한 밖에서 움직이는 제스퍼 존슨(198㎝)의 몸 상태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테크니션이 코트를 활발히 누비는 반면 빅맨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집중 수비 탓에 높이의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공을 밖으로 빼줄 수밖에 없다. 김주성(205㎝)-이승준(205㎝) 트윈 타워를 보유한 강동희 동부 감독은 "3초룰 폐지로 전혀 득이 되는 게 없다"고 했다. 함지훈(198㎝)은 포스트 공격보다 동료를 살리는 패스에 집중하고 있고, 서장훈(207㎝)은 주로 외곽에서 공격 기회를 엿본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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