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그제 발표한 교육 공약에서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 폐지 방침을 밝혔다. 문 후보는 "고교 서열화 체제를 해소해 공교육을 정상화겠다"며 "설립 취지에서 어긋나 입시 명문고로 변질된 외고와 국제고, 자립형사립고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고 말했다. 앞서 무소속 안철수 후보도 외고 등의 학생 우선선발권을 폐지해 실질적 고교평준화를 이루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교육 공약을 내놨다. 두 후보가 약속이나 한 듯 외고 폐지 방침을 밝힌 것은 외고가 초ㆍ중학생들의 학습 부담과 사교육을 증가시키는 주된 원인이라는 판단에서다.
'어학 영재 육성'을 명분으로 설립된 외고가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명문대 진학을 위한 '귀족학교'로 변질된 지 오래다. 특목고 출신의 서울대 진학율은 2002년 22.8%였으나 지난해는 40.5%로 크게 늘어났다. 최근 5년간 외고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 신입생 중 어문계열 전공을 선택한 비율은 28%에 불과하다. 법학계열 등 비어문계열 진학자가 47.6%이며, 이공계열 10.7%, 의학계열 2%로 조사됐다. 최근 3년간 사법연수원 졸업생을 배출한 상위 100개 고교출신 1,518명 가운데 외고 출신이 25%(379명)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렇듯 외고가 명문대 입학의 보증수표처럼 인식되면서 중학생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외고 입시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대다수 학생이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다 보니 학교에서도 이를 기정사실화해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여기서 처진 학생들은 다시 학원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외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공교육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문제는 외고 운영자와 학부모 등 기득권의 반발이다. 2009년에도 여당인 한나라당 일부에서 외고 폐지를 추진했으나 '수월성 교육 포기'라는 교육 기득권층의 격렬한 저항에 막혀 개혁이 좌초한 바 있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계기로 심도 있는 공론화를 통해 외고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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