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이 2만여㎞, 비행기로 30시간 가까이 날아 지구 반대편 남미에서 뜨거운 호응을 확인했다. KBS '뮤직뱅크 인 칠레'를 통해서다. '뮤직뱅크'의 해외 나들이는 지난해 7월 도쿄, 올해 2월 파리, 6월 홍콩에 이어 네 번째다.
2일(현지시각) 칠레에서 세 번째로 큰 해변 관광도시 비냐 델 마르(Vina Del Mar)의 퀸타 베르가라(Quinta Vergara) 야외극장에서 열린 이번 공연을 보기 위해 칠레뿐 아니라 아르헨티나, 브라질, 페루 등 중남미 국가에서 온 한류 팬 1만2,000여명이 운집했다.
10대 소녀 팬들이 주류를 이뤘지만 아이들 손을 잡고 공연장을 찾은 부모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두 딸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1시간 30분을 날아온 주부 카르멘 모나데스(46)는 "나는 슈퍼주니어, 딸들은 엠블랙 팬"이라며 "인터넷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한류 스타들을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는 첫 기회여서 피곤한 줄도 모르고 왔다"고 말했다.
오후 8시쯤 공연을 시작하자 관중들은 일제히 의자 위에 올라서서 몸을 흔들며 2시간 넘게 K팝을 즐겼다. 엠블랙 '전쟁이야', 라니아 'Style', 애프터스쿨 '너 때문에', 다비치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씨앤블루 '외톨이야', 슈퍼주니어 'Sorry Sorry' 등 전 출연진의 노래와 춤을 익숙하게 따라 했다. 인터넷 유튜브 동영상으로만 보던 스타를 눈 앞에서 본 것에 감격해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공연 중반 중남미 팬들을 위한 스페셜 무대도 관중들의 환호를 받았다. 엠블랙 이준과 애프터스쿨 가은이 람바다 춤을 선보였고 엠블랙 지오, 라니아의 샘과 시아가 '리빈 라 비다 로카'(Livin' La Vida Loca)를 불러 친숙함을 더했다. 이어 애프터스쿨이 가세한 '강남스타일' 무대는 관객들의 군무를 이끌어내며 무대와 객석의 거리를 없앴다.
앞서 공연 전날 가수들이 입국한 칠레 산티아고 공항에는 팬 700여명이 몰리는 바람에 혼잡을 빚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팬들은 미리 준비한 플래카드를 들고 "오빠 사랑해요"를 외쳤다. 전날부터 일부 팬들이 공항에서 노숙을 하며 기다릴 정도로 K팝 스타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황의승 칠레 주재 대사는 "JYJ가 두 번이나 방문하여 공연하면서 남미에선 한류 열풍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했다"면서 "K팝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양국의 무역과 기술 교류에까지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칠레 발전소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전종철(50)씨는 "한국 문화에 칠레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것을 보니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뮤직뱅크 인 칠레'는 12월 8일 밤 10시 25분 KBS 2TV를 통해 방송된다.
비냐 델 마르(칠레)=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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