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 중인 이광범 특별검사팀이 5일 대통령 부인 김윤옥(65) 여사를 조사하겠다고 천명함에 따라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 내외가 7~11일 인도네시아 등 해외순방에 나서기 이틀 전에 김 여사에 대한 조사 방침을 공개한 것 자체가 예우를 벗어났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다, 참고인 신분인 김 여사가 중요 피의자인 것처럼 오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부담에도 불구하고 특검팀이 김 여사 조사 의지를 드러낸 것은 '수사 원칙론'에 따른 측면이 커 보인다. 특검팀으로서는 앞선 검찰 수사 때 조사가 미진했다는 지적이 나온 대상자들에 대해 한 치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에 김 여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특검팀은 검찰 수사 당시 서면조사에 그쳤던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34)씨를 소환조사한 데 이어 이 대통령의 큰형인 이상은(79) 다스 회장, 김인종(67) 전 청와대 경호처장, 김백준(72)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도 줄줄이 공개 소환했다. 김 여사도 시형씨에게 서울 논현동 땅을 담보로 6억원을 빌려준 사실이 확인된 만큼 조사할 명분은 충분하다는 게 특검팀 입장이다.
김 여사 조사는 궁극적으로 특검팀의 수사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편이라는 해석도 있다. 대통령 부인까지 조사해서 내놓은 결론이라는 점이 부각되면 수사결과에 대한 불만이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한편 김 여사 조사 방침까지 정해지면서 특검팀의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자 관심은 주요 수사 대상자들의 사법처리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사법처리 대상자가 한 명이라도 나올 경우, 전원 무혐의 처분했던 검찰 수사결과를 뒤집는 것이어서 검찰의 부실수사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형씨가 청와대 경호처에 비해 땅을 싸게 사서 이익을 보도록 청와대 인사들이 고의적으로 개입했다면 국가에 손해를 끼친 것이기 때문에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부지 매입을 주도한 전 경호처 직원 김태환씨를 비롯해 김인종 전 경호처장과 김세욱 전 청와대 행정관,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등이 무더기로 사법처리될 수도 있다. 시형씨도 단순 이익귀속자가 아니라 공모한 정황이 드러나면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시형씨가 사저 부지에 대한 실질적 매수 주체가 아니라고 결론 내려질 경우 시형씨에게는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도 적용될 수 있다. 시형씨가 내야 하는 부동산 중개 수수료 1,100만원을 경호처가 대납했다가 뒤늦게 돌려받은 의혹에 대해서는 경호처 인사들이 횡령 혐의로 법정에 설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번 수사의 특징이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것보다는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의 영역이 큰 만큼 특검팀이 낼 결론에 대해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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