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으로는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었던 5년이었어요."
서울에 회사를 둔 청소·택배업체 '모두좋아'의 번듯한 대표 유상희(54)씨는 5년 전만 해도 서울역, 영등포역, 수원 등지를 전전하던 노숙인이었다. 경기 안양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공사 현장에서 용접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그는 12년 전 경마에 빠지면서 거리를 떠돌기 시작했다. "서울역에서 노숙하면서 돈만 생기면 술 마시고 경마장에서 노름하고 그랬죠. 자포자기 상태로 지내다보니 가족도 친척도 결국 다 떠나더라고요."
이런 유씨가 '다시 해 보자'는 생각을 갖게 된 건 2008년 만난 이동현홈리스행동본부 위원장이 건넨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이 위원장이 '형, 제발 이렇게 살지 말자'고 걱정해 줄 때 가슴이 뭉클했어요. 핏줄도 다 떠난 나를 신경 써주는 단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예전 (노숙할 때) 누웠던 자리에 다시 눕지 않겠다'는 각오로 살아보자는 다짐을 했지요."
유씨는 이후 지역 노숙인 자활센터에서 창업을 목표로 청소 기술을 익히기 시작했지만 다시 홀로 서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잡는 일이 '팔 다리를 자르는 고통'과 비슷했다"고 회상했다. 청소도 단순히 잘 쓸고 닦기만 하는 게 아니었다. 바닥 재질에 따라 사용하는 약품이 다 달라지는 등 새로 배워야 할 게 산더미였다. 억척스러움과 끈기로 어려움을 극복한 그는 3년 뒤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냈다. 2010년 서울시에서 7,000만원을 대출 받아 청소업체인 사회적기업 '모두좋아'를 세운 것이다. 동료 3명과 함께 꾸린 회사가 이제는 월매출 3,000만원, 직원 10명을 거느리는 제법 탄탄한 회사로 거듭났다. '모두좋아'는 최근 택배업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저녁 8시에 퇴근하는 생활이 행복하다는 그의 꿈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땀 흘려 정직하게 먹고 사는 것"이다. "하루 얼마를 벌었는지 보다는 얼마나 충실히 살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다른 노숙인들도 저를 보고 새 출발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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