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당선자 발표가 미뤄지는 것이다. 7일 이후에도 결과 발표가 나오지 않으면 미국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진다.
격전지인 오하이오와 플로리다에서 벌써 소송이 제기되는 등 악몽의 시나리오가 실제 작동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이미 수천명의 법학 전문 자원봉사자들을 경합주에 보내 선거를 감시하며 소송에 대비하고 있다. 플로리다주 3개 카운티에서 3일 제기된 조기투표 연장 소송은 향후 벌어질 논란의 예고편이다.
NBC방송은 4일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4가지를 소개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당선자 발표의 지연이다. 최대 경합주인 오하이오에서 그럴 가능성이 있다. 오하이오에선 130만명이 부재자투표를 신청했으나 2일까지 23만8,678명분의 투표용지가 도착하지 않았다. 따라서 투표용지를 받지 못한 이들은 부자재투표를 하는 대신 직접 투표장을 찾아가 잠정투표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신분 및 이중투표 확인 등 절차가 복잡해진다.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인 오하이오주는 이런 이유를 들어 최근 서류 미비 잠정투표자의 투표권 박탈 권한을 선거위원회에 부여했다. 그러자 시민단체들은 선거방해 행위라며 무효소송을 냈다. 오하이오 선거에서 민주, 공화 양측의 득표 차가 20만표 미만이면 잠정투표가 개표되는 17일 이후에나 승자가 발표될 수 있다. 에드워드 폴리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는 "누가 승리했는지 알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투표용지 인쇄 오류나 기계 오작동 등에 따른 문제다. 플로리다 팜비치카운티의 부재자 투표용지 2만7,000표가 잘못 인쇄돼 전자투표기가 감지하지 못하는 사건이 이미 발생했다. 공화당전국위원회 소속 변호사들은 6개주 검찰총장에게 일부 전자투표기가 롬니를 오바마로 잘못 인식했다며 조사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재검표가 불가능한 터치스크린을 도입한 16개주 가운데 경합주인 버지니아와 펜실베이니아가 포함돼있어 재검표 요구 시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세 번째는 민주, 공화 양측 선거모니터요원들의 충돌이다. 보수유권자운동 티파티는 시민 수만 명으로 감시단을 구성, 6일 투표소에서 부정투표를 모니터 하기로 했다. 민권운동 단체들은 이를 두고 합법적 투표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민권운동 모니터 요원들과 티파티 감시단이 물리적으로 충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저지, 뉴욕, 코네티컷 등 허리케인 샌디의 피해를 입은 주의 투ㆍ개표 지연 사태도 우려된다. 이들 지역에 이메일과 팩스 투표를 허용했지만 상당수 투표소의 정전이 계속되고 있어 투ㆍ개표가 예정된 시간에 이뤄질지 미지수다. 선거법 전문가 빅토리아 바세티는 "선거제도가 이번처럼 논란이 된 적이 없다"며 "잘못될 수 있고 아마도 그리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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