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계', '브로크백 마운틴', '와호장룡' 등의 영화를 만든 세계적인 거장 이안(58) 감독이 신작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그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CGV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라이프 오브 파이'의 일부 장면을 소개하며 한국을 방문한 소감과 새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국내에선 내년 1월3일 개봉될 예정으로 바다 한가운데서 배가 난파하며 작은 구명보트에 남게 된 소년과 호랑이의 이야기를 그린 3D 어드벤처물이다. 이안 감독은 "이제껏 만든 영화중 가장 규모가 크고, 촬영하기 가장 어려웠던 영화였다" 고 설명했다.
그는 "11년 전 원작인 책을 처음 접하고 모험과 생존, 그리고 삶이 주는 경외를 표현한 부분 등에 크게 매료됐다"며 "영화제작사가 4년 전 영화화 제안을 해왔을 때 고민하다가 성인이 된 파이의 구술을 통해 제3자적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또 장면도 3D로 표현하면 원작이 지닌 환상적인 이미지 전달이 가능하겠다 싶었다"고 했다.
주인공 파이 역을 맡은 수라즈 샤르마는 3,000대 1의 경쟁을 뚫고 올라온 신예다. 이안 감독은 "순수함을 가진 청년의 모습을 표현해야 했다. 기존의 배우보다는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오디션에서 그를 만나곤 노다지를 캔 것 같았다. 사실 숙련된 연기자와 달리 훈련시키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촬영 전 3개월 간 연기를 지도했고, 촬영 중에도 연기지도를 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가족이 타고 가던 화물선이 폭풍에 침몰되는 장면을 촬영한 곳은 감독의 고향인 대만이다. 그는 "제작비 때문에 대만에서 촬영하게 됐다. 대만 출신이다 보니 여러 혜택도 받을 수 있었다. 또 극의 흐름 상 배가 침몰하는 곳 또한 대만 인근이다. 할리우드에서 온 최고 촬영팀 등을 통해 대만 영화산업도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만이 아닌 한국에서의 촬영도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국은 할리우드를 제외하고 가장 발전된 영화산업을 보유한 시장"이라며 "한국에서 좋은 이야기를 가지고 제안해오면 주저 없이 작업할 것이다"고 답했다.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선배로서 할리우드 데뷔를 앞둔 김지운 박찬욱 등 한국 감독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체득하는 것이다. 할리우드에선 감독의 아무리 작은 생각도 말로 표현, 전달돼야 한다. 대통령이 정책 설명을 하듯 감독도 영화의 의도나 방향 등 모든 것을 스태프 등에 설명하고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 나도 처음엔 불편했다. 그런 걸 잘 못한다면 그저 화난 감독으로만 비춰질 것이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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