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치열한 올해 미국 대선 국면에서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풍자 대결도 열기를 띠었다. AFP통신은 대선을 앞둔 4일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군 10대 대선 유머와 유튜브 동영상을 선정했다.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9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선보인 빈 의자 퍼포먼스는 거센 후폭풍을 낳았다. 이스트우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앉아있다고 가정한 빈 의자를 향해 호통을 치며 독백을 했는데 이후 트위터에서는 '이스트우드처럼 하기(@Eastwooding)'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오바마 측은 트위터 계정에 오바마가 '대통령'이라고 쓰인 의자에 앉아 있는 사진과 함께 "이 자리에는 주인이 있다"는 글을 올려 재치 있게 맞받아쳤다.
한국 가수 싸이도 유머 열풍에 한몫 했다. 미국의 유머공유웹사이트가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해 만든 '밋 롬니 스타일' 동영상이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며 대선 관련 동영상 중 최고 조회수인 1,070만뷰를 기록한 것이다. 동영상에서 롬니와 닮은 출연자는 승마장과 골프장 등을 활보하며 "부와 호사, 이윤과 투자, 그게 바로 밋"이라고 노래한다. 롬니가 부유한 사업가 출신임을 빗댄 것이다.
오바마는 첫 후보 토론회 때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 놀림의 대상이 됐다. 유튜브에는 토론 화면에 실제와 다른 대사를 더빙한 풍자 동영상이 여럿 올라왔는데, 그 중 가장 인기를 끈 것은 오바마가 멍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자 눈을 부릅뜬 롬니가 "그가 자고 있다"고 지적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었다.
롬니는 토론에서 한 '빅 버드' 발언 때문에 난감한 처지가 됐다. 롬니는 공영방송 PBS의 예산 삭감을 주장하면서도 자신이 PBS의 인기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의 캐릭터 빅 버드를 좋아한다고 밝혔다가 발언의 모순을 지적하는 풍자물에 둘러싸였다. 오바마 측이 "오바마가 범죄와 싸우는 동안 롬니는 빅 버드를 노리고 있다"며 "롬니는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것이 월스트리트가 아닌 세서미스트리트임을 알고 있다"고 비아냥대는 내용으로 만든 동영상도 유튜브에서 350만뷰를 기록했다.
부통령 후보들도 이야깃거리가 됐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오하이오 유세 현장에서 오하이오와 아이오와를 혼동하고 오바마 대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언급하는 등 잦은 말실수로 풍자의 대상이 됐다. '바이든주의(Bidenism)'라는 신조어가 유행했을 정도다. 폴 라이언 공화당 후보가 탄탄한 몸으로 운동에 열중하는 사진이 공개된 후에는 '폴라이언이두박근(@PaulRyansBiceps)'이라는 트위터 계정이 생기기도 했다.
한편 유튜브에서 '밋 롬니 스타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동영상은 '브론코 바마(버락 오바마를 잘못 발음한 것)와 밋 롬니 지겹다'였다. 네살짜리 여자 아이가 공영라디오방송(NPR)을 듣다가 줄곧 이어지는 대선 이야기가 지겹다며 울음을 터뜨리는 내용이다. 이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공감을 얻자 NPR은 아이에게 사과하며 "우리도 대선이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으니 며칠만 참아달라"고 부탁하는 성명을 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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