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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적인 주제·정체모를 적의… "이번엔 내 맘대로 끝까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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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적인 주제·정체모를 적의… "이번엔 내 맘대로 끝까지 갔다"

입력
2012.11.0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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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마약·섹스클럽·포주 목사… 조선족 여성이 겪는 서울의 지옥도"고교 중퇴후 4년간 집에서 놀아평범한 일반적인 사람들 잘몰라

주목받는 젊은 작가 김사과(28)씨의 경장편 (민음사 발행)는 그야말로 날 것 그대로다. 폭력과 마약, 불법 섹스클럽, 고위 공무원들의 난교파티, 어릴 적 해외유학을 떠난 아이들이 한국어를 못해 부모와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가정, 빈촌에 자리잡은 부유한 교회와 매춘을 알선하는 목사…. 섹스와 폭력이 즉흥적으로 이어지는 김사과의 는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릴 듯한 광기로 휘몰아친다. 김씨는 "그동안 끔찍한 소설들을 써왔지만 제어된 부분이 있었다. 이번엔 내 마음대로 끝까지 갔는데, 그 자체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거 같은 소설이다"고 했다.

이 소설은 모래로 뒤덮인 도시의 돼지우리에서 학대 받으며 자라다가 매춘부로 팔려온 조선족 여성 제니가 서울에 와 겪는 일들을 몽환적으로 그렸다. 천진무구한 주인공의 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음습한 밑바닥을 드러낸다. 제니는 서울 외곽의 불법섹스클럽에서 고위공무원을 만나고 그의 집 가정부로 들어갔다가 막내아들의 영어 과외 교사인 영국인 리와 함께 도망친다. 그렇게 술과 마약에 찌들어 살다 강남 대형 교회 목사를 만나는데 그는 다름아닌 섹스클럽의 사장이자 포주.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니는 다시 매춘부로 살다가 리와 함께 달아난다.

뭉개져 버린 서사와 시인지 소설인지 모를 파격적 형식은 무엇이 현실이고 꿈인지 구분을 할 수 없게 한다. 열광하는 독자가 적지 않지만 비현실적이고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비판도 여전하다. 그러나 작가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더 비현실적이라고 말하는 듯 어둡고 파괴적인 주제와 정체 모를 적의의 시선을 견지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1학년 때인 스물 한 살에, 혜성처럼 문단에 나타난 그는 등단 7년 만에 소설책을 무려 다섯 권이나 냈다. 한국일보 문학상 본심에는 3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그런 그에게 평론가들은 '무서운 아이' '문단의 테러리스트' '앙팡 스키조' 등의 별칭을 붙여주었다. 그러나 이 역시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 또는 별로 관심 없다는 듯 굳이 해석하려 들지 않았다. 다만 "비뚤어진 관심도 관심이니까 재미있는 것 같다"고만 언급했다.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아무렇게나 취급 당하는 극단적인 케이스를 찾아내 주인공으로 삼는 것 역시 큰 의도는 아니라고 했다. "일종의 콤플렉스일 수도 있는데, 외고를 다니다 2학년 초에 중퇴하고 한 4년 간 집에서 놀았어요. 평범한 일반적인 사람을 잘 몰라요. 지금도 몇 달씩 여행 다니며 글 쓰는 걸 좋아하는데 재미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요."

요즘엔 종종 자신이 살고 있는 인천의 동네 커피전문점에 가서 다른 이들의 대화를 관찰한다. "서울 명동 같은 데가 아니라 변두리 역 근처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와요. 아무리 봐도 말도 안 되는 사업 얘기를 하고, 연인들이 와서 이상한 걸로 싸운다든지. 구석에선 누군가 영어공부도 하고, 또 한쪽에는 보험을 팔고 있고."

과학에 관심이 많아 물리학자가 되고 싶었다는 작가는 '초끈 이론'처럼 근본적이고 추상적인 세계와 세상의 근원에 쏠렸던 관심을 은폐된 사회의 진실을 파헤치는 데 돌리고 있다.

● 약력

▦1984년 서울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졸업

▦2005년 단편소설 '영이'로 창비신인소설상 당선

▦소설집

채지은기자 cje@hk.co.kr

사진=조영호기자 you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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