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위기의 불씨가 유로존 위기에서 미국'재정절벽'으로 옮겨 붙고 있다.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재정투입 여력이 차단되면 유럽과 중국은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마저 보이지 않아 공포가 계속 증폭되는 모습이다.
5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멕시코에서 개막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장 회의 대표들이 일제히 미국의 재정절벽을 현재 글로벌 경제의 최대 위험요인으로 지목했다고 전했다. 재정절벽(fiscal cliff)이란 정부 재정지출이 갑자기 줄면서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 미국은 치솟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내년 1월부터 재정지출 규모와 각종 세금감면을 일제히 줄이기로 지난해 법으로 규정해 놓았는데 6일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글로벌 투자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미국의 재정절벽이 현실화되면 당장 내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가 0.5~4% 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또 유로권 경제에 2.2%, 중국에 4.4% 등 더 큰 성장위축 효과를 끼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G20 업무를 보좌했던 대니얼 프라이스 록 크릭 글로벌 어드바이저스 대표는 "유로 위기는 최근 상대적으로 잠잠해졌지만 미국 재정위기는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 소식통은 5일 발표될 G20 회의 성명 초안에 "미국, 일본이 재정을 대폭 삭감하면 글로벌 성장세가 더 약해질 것"을 경고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 재정절벽 해결전망이 극히 불투명하다. 오바마와 롬니 후보는 재정적자 해소방안으로 각각 세금인상과 정부지출 삭감을 내세우고 있어 타협이 쉽지 않다. 절충안을 도출할 세 당사자(대통령, 상원, 하원)를 모두 한 정당이 장악한다면 협상은 속도를 낼 수 있으나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도 낮다. 또 협상을 시작한다고 해도 당장의 폭탄을 미래로 돌리는 것 외에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결국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내년 새 의회가 출범한 이후까지 미국이 최종 결정을 미루면서 세계 경제를 공포와 혼란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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