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투수' 류현진(25)도 "부담된다"고 했다.
5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ㆍ최우수 신인 선수 시상식에 참가한 류현진은 "주위에서 해외 진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신다. 솔직히 부담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국가대표 에이스로서 자신감도 내비쳤다. "에이전트가 알아서 할 것이다. 이번 주 안으로 결과가 나온다고 들었다"면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고 웃었다.
류현진은 이 자리에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두 가지 옵션을 명확히 제시했다. 첫째, 합당한 입찰 금액이 나오지 않으면 절대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 둘째는 반드시 선발로 뛰겠다는 것이다. 만약 합당한 포스팅 금액을 제시 받은 뒤 연봉 협상 과정에서 불펜 보직을 제시 받는다면 해외 진출은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
엇갈리는 여론, 실질적 몸값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일 류현진의 포스팅 시스템 참가 신청서를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 보냈다. 사무국은 이후 30개 ML 구단에게 이 같은 사실을 공시했고, 관심 있는 몇몇 구단들은 눈치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런데 현지 언론이 의외로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류현진의 해외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일기도 했다. 특히 일부 언론은 올 시즌 류현진의 성적을 잘못 기재했고, 다른 언론은 불펜이 적합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르빗슈 유(텍사스),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등 일본 투수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관심도가 낮았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날 "자존심이 상하면서까지 가고 싶지 않다.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젊은 선수이기 때문에 원하는 몸값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확실한 자신감의 표현. 실제로 ML 몇몇 구단은 KBO의 공식 기록대행업체인 스포츠투아이에 류현진의 자료를 요청했다.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터무니없는 포스팅 금액이 나올 가능성은 적다는 의미다. 정황상 류현진의 몸값은 500만 달러에서 1,500만 달러 사이로 평가 받고 있어 최소 1000만 달러는 돼야 메이저리그행을 결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왼손 선발이 필요한 구단은?
류현진은 "특정 구단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나를 원하는 팀에서 던지고 싶다"며 "그러나 불펜으로 뛸 마음은 없다. 무조건 선발로 던지고 싶다"고 했다.
현재 류현진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구단은 디트로이트, 시카고 컵스, 클리블랜드, 필라델피아 정도다. 추신수의 소속 팀인 클리블랜드는 지난 8월말 존 미라벨리 부단장이 류현진의 피칭을 관전하기도 했다. 당시 서울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참관을 위해 방한한 뒤 "왜 천웨이인(볼티모어) 같은 왼손 투수를 잡지 못했냐"는 문책을 받고 부단장이 직접 류현진을 지켜봤다.
류현진은 현지 언론으로부터 4,5선발 몫은 충분히 해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발 자원이 모두 오른손 일색인 디트로이트, 선발 투수난을 겪으면서 좀처럼 하위권 탈출을 하지 못하는 클리블랜드. 류현진을 필요로 하는 구단은 분명 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