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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불만 나면 열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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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불만 나면 열불이다

입력
2012.11.0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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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렸다. 전에는 노란 은행잎도 붉은 단풍잎도 하나하나 확인해가며 함께 그 계절을 몸에 새겼건만, 이제는 제각각이 된 듯도 하다.

비에 감성 젖는 사람부터 비가 심드렁한 사람까지 이 물기를 놓고 그저 술 한 잔 좋다 할 이 계절에 미처 이 축축함을 껴안지 못해 한 소방관이 순직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불은 불이야, 하고 외치게 되는 순간 무시무시한 완력의 상대가 되는 법, 일상에서의 우리 불 없이 하루도 살 수 없음을 아는 까닭에 평생 화약고 속에서 생활하는 게 우리의 숙명이기도 할 텐데, 모두가 빠져나오기 급급한 불길 속으로 빠져들어가기 급급한 직업의 소유자들이 있다는 건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가.

요즘 아이들은 소방관을 왜 해요? 아이돌 스타가 최고지요! 한다지. 모두가 그렇게 피하기 바쁘다면 훗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길은 누가 다 잡아주려나. 아무나 못하는 일, 목숨을 담보로 한 일을 해내는 능력자라면 국가에서 최고의 대접과 대우가 따라야 할진대, 죽은 뒤에야 훈장에 포상금에 이 미숙한 뒷처리는 대체 누구를 위한 눈가리고 아웅인지.

그래서 건의하노니 국회위원은 자기 지역구에 불이 날 경우 가장 먼저 달려가시라. 가서 불의 시작부터 불의 끝까지 온몸으로 경험하시라. 그리고 소방관의 손을 잡으시라. 선거 때의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악수 스타일 말고 당신 아버지 손을 잡듯 그렇게 한번쯤은 양심적으로 말이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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