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머리카락을 헤집는 계절이 왔습니다. 탈모 방지 제품 마케팅이 치열해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두피가 건조해지면서 각질이 쌓여 머리카락이 빠질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탈모 방지 관련 제품의 시장 규모는 대체로 2조원에 이릅니다. 그만큼 탈모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입니다. 그 바람에 탈모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전문약품뿐 아니라 두피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 샴푸, 탈모를 가리는 가발, 모발이식 시술 등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봇물처럼 나오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수년 전만 해도 40, 50대 이상 중장년층을 주 고객으로 여겼던 관련 업계가 최근 10~30대 젊은 층으로 주요 대상을 바꾸었습니다. 오히려 젊기 때문에 탈모 예방에 더 적극적이기 때문이지요.
지난 9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 결과는 탈모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립니다.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탈모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10대가 9.5%, 20대가 20.8%, 30대가 25.0%로 젊은 층이 55.3%여서 40대 이상보다 많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여성 환자들도 48.1%로 남성(51.9%) 못지 않게 많다는 점입니다.
여기 맞춰 업체들은 젊은 층을 위한 탈모 방지 마케팅을 적극 펼치고 있습니다. 애경은 30대 여배우 김사랑을 광고 모델로 기용해 탈모방지 샴푸인 에스따르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쟁사가 이미연, 고소영 주로 40대 여배우들을 기용한 데 맞서 더 젊은 층을 노리기 위해서입니다.
여성용 가발시장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시크릿우먼 펠리아위그 등 가발업체들이 백화점에 속속 입점한 것도 예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지금은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젊은 층의 탈모가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이 스트레스라는 점은 문제입니다. 수능시험을 앞둔 청소년, 잇따른 취업 실패로 고민하는 구직자, 직장에 다니면서 출산과 육아까지 감당하는 워킹맘 등 모두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질 지경입니다. 탈모 관련 시장의 급성장이 우리 사회 젊은이들의 스트레스 강도를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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