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는 막판까지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어, 승부를 가리기 위해 대법원 소송까지 갔던 2000년 '플로리다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당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는 앨 고어 민주당 후보에게 전국득표에서 53만7,179표 뒤졌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전체(538명)의 절반을 겨우 넘는 271명을 확보해 간신히 승리했다. 양당이 최대 경합주 플로리다의 개표 결과를 놓고 법적 다툼을 했고 대법원이 5대4로 부시가 548표 더 득표했다고 판결해 29명의 플로리다 선거인단이 공화당에 돌아간 결과였다. 이는 미 대선에서 각 주의 유권자 투표에서 한 표라도 더 얻은 정당이 해당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확보하는 승자독식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후보는 그래서 투표 분쟁에 대비, 대규모 법무팀을 가동시키고 있다.
오바마와 롬니가 같은 수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이 되려면 270명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양측 모두 269명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경합주 중 오하이오(18명), 위스콘신(10명), 뉴햄프셔(4명)에서 이기고 롬니가 버지니아(13명), 아이오와(6명), 콜로라도(9명), 플로리다(29명)에서 이기면 양측이 확보한 선거인단 수가 같아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오바마가 오하이오에서 지고 네바다, 버지니아에서 이기면 270명을 확보해 롬니에 2표 앞설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승자독식제가 적용되지 않는 메인(4명), 네브래스카(5명)가 복병이다. 이들 주에서는 상원 몫 선거인단 2명은 주 전체에서 더 많이 득표한 후보에게 돌아가지만 하원 몫 선거인단은 각 하원 선거구에서 이긴 후보가 얻는다. 오바마가 하원 선거구 한 곳만 내줘도 롬니와 동수가 되는 것이다.
무승부를 기록하면 헌법에 따라 대통령은 하원, 부통령은 상원에서 뽑는다. 하원은 주별로 1표를 행사할 수 있고 50개주의 과반인 26개주 이상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하원 투표로 가면 롬니의 당선이 유력해진다. 공화당이 현재 하원 다수당이고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총선에서도 우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상원에서는 민주당이 다수이므로 조 바이든 부통령이 폴 라이언 공화당 후보보다 유리하다. 이 경우 예기치 않게 '롬니-바이든 정부'가 꾸려질 수도 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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