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가 여수국가산업단지 후보지에 임직원 명의로 땅을 매입해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GS칼텍스에 과징금을 절반이나 깎아준 것으로 드러나 '대기업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여수시는 GS칼텍스 측이 "법 위반 기간(명의신탁기간)이 짧으니 과징금을 깎아달라"는 등의 내용을 담아 제출한 의견서를 그대로 받아들여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여수시는 4일 타인의 이름으로 부동산을 거래하는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GS칼텍스에 과징금 3,351만3,740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시는 또 명의를 빌려달라고 한 GS칼텍스와 명의를 빌려준 임직원 11명에 대해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관련 사실을 국세청에 통보했다.
부동산실명법상 명의신탁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고, 부동산값의 최고 30%를 과징금으로 물어야 한다. 명의수탁자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GS칼텍스에 부과된 과징금은 현행법에 규정하고 있는 과징금 부과 범위의 절반에 불과하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2월26일부터 올해 6월20일까지 여수산단 적량지구 내 사유지 2만8,664㎡를 임직원 11명의 명의로 순차적으로 사들인 뒤 이를 다시 회사 명의로 이전했다. GS칼텍스 측이 공장 부지용으로 매입한 이 땅은 여수산단 적량지구 내 사유지로 땅값(공시지가)은 6억7,000여 만원이다. 실제 거래가격은 67억여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부동산실명법상 과징금은 부동산 평가액(공시지가) 기준 부과율(5~15%)과 의무 위반 경과기간(명의신탁기간) 기준 부과율(5~15%)을 합한 과징금 부과율에 해당 부동산 평가액을 곱해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여수시는 GS칼텍스에 부동산 평가액의 10%까지인 6,700여 만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실제 부과된 과징금은 절반에 그쳤다. 여수시가 GS칼텍스 측의 명의신탁기간이 짧고, 탈세 의도도 없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과징금 50%를 감액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여수시는 GS칼텍스 측이 "과징금을 낮춰달라"며 내세운 감경 사유를 그대로 수용했다. 실제 지난달 15일 GS칼텍스 측은 여수시의 과징금 부과 예고를 받자 "땅 구입과정에서 명의신탁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신속히 소유권을 이전했고, 탈세 의도도 없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여수시에 제출했다. 이 때문에 여수시 안팎에서는 "여수시가 대기업 앞에서 꼬리를 내렸다", "시민들의 혈세는 도둑 맞더니 이젠 세수(稅收) 확보 기회마저 포기하느냐", "법을 위반한 GS칼텍스에게 과징금을 절반이나 감면해준 것은 명백한 재량권 남용이다"는 등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여수시 관계자는 "부동산실명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을 부과할 때 조세를 포탈하거나 법령에 의한 제한을 회피할 목적이 아닌 경우에는 과징금을 감경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법규에 명시돼 있어, 그에 따라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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