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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채권금리 담합… 수천억 챙긴 증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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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채권금리 담합… 수천억 챙긴 증권사들

입력
2012.11.0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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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0개 증권사가 2004년부터 7년간 채권 금리 담합을 통해 수천 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소액 채권을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하는 소비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자신들의 배만 불린 것인데, 공정당국이 이들에게 부과한 과징금이 고작 수익의 5%에 불과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고 있다. 소비자단체는 증권사들이 부당 이익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피해자들을 모아 집단소송을 제기할 계획이어서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일 국민주택채권 등의 수익률을 담합해 온 삼성증권 등 20개 증권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92억3,300만원을 부과했다. 대우, 동양종금, 삼성, 우리투자, 한국투자, 현대 등 6개 증권사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들이 수익률을 밀약한 소액채권은 1ㆍ2종 국민주택채권, 서울도시철도채권, 지방도시철도채권, 지역개발채권 등 주택이나 자동차를 구입할 때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채권이다. 소비자들은 이들 채권을 구입한 즉시 은행에 되파는 게 일반적이다.

예컨대 기준시가 3억원짜리 주택을 매입할 경우 매입 금액의 2.3%인 690만원어치 채권을 사야 하는데, 보통 20만~30만원의 할인료만 내고 은행에 되판다. 소비자가 은행에 넘긴 채권을 다시 사는 곳이 증권사인데, 할인료는 증권사들이 정한 채권수익률을 기초로 한다. 증권사들은 이 채권을 최종 수요자에게 되팔아 이익을 남기는데, 처음에 의무 구입하거나 최종적으로 채권을 산 소비자는 피해를 보고, 중간에서 증권사들만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공정위 조사결과 증권사들은 2004년 3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약 7년 동안 채권 매매 차익을 높이기 위해 한국거래소에 제출하는 수익률을 서로 상의해 결정했다. 초기에는 제1종 국민주택채권 수익률만 담합하다 2006년 2월부터 지방채권으로 확대했다. 증권사 채권 담당자들이 매일 오후 3시30분을 전후해 인터넷 메신저 대화방에 모여 다음날 제출할 수익률을 논의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실제 이들의 메신저 내용을 보면 한 참가자가 "그냥 하나로 정합시다. 4.87 아니면 4.95 정하세요"라고 제안하자, 다른 참가자들이 "4.87"을 반복하며 확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담합 이탈을 막기 위해 다른 증권사가 거래소에 제출하는 수익률의 컴퓨터 입력 화면을 출력해 팩스로 확인하기도 했다. 특히 가장 많은 과징금 처분을 받은 삼성증권의 경우, 다른 증권사들이 담합한 수익률을 기초로 다시 다른 수익률을 적어내는 방식의 '담합 정보를 활용한 담합'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억원에 가까운 과징금 부과에도 불구, 공정위의 제재 수위가 대폭 낮아져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이 무성하다. 당초 공정위 심사보고서는 '17개 증권사 검찰고발, 과징금 253억원 부과' 의견이었으나, 최종 제재 수위는 대폭 완화됐기 때문이다. 공정위 측이 "국민생활과 밀접하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분야의 담합 행위는 엄단하겠다"고 밝힌 것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증권사들은 검찰 고발이 신규 사업 진출을 가로막는다며 읍소했고, 이를 감안한 공정위가 제재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은 "증권사들은 4,000억원의 담합 이익을 취한 반면, 과징금은 수익의 5% 수준에 불과하다"며 비판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과징금과 별도로 소비자 피해에 대한 증권사들의 배상이 있어야 한다"며 "피해보상을 하지 않으면 공동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정부가 2004년 국민주택채권과 국고채의 수익률 차이를 줄일 것을 사실상 강제, 증권사들이 적정 수익률을 알기 위해 정보를 교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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