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연대한 동지들과 시민들로부터 여러 차례 '감사하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긴 기다림과 투쟁의 시간들이 떠올라 눈물이 났습니다."
2일 오전 서울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서 만난 유명자 학습지산업노조 재능교육 지부장은 눈시울을 붉혔다. 해고된 재능교육 교사들이 서울 중구 을지로 1가 재능교육 사옥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인 지 1,779일째.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지난한 투쟁을 이끌어온 유 지부장은 "1일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사법부의 판결로 1999년 노동부로부터 노조 필증을 받은 합법적 노동조합이 13년의 세월을 지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며 "노조원으로서의 투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1일 서울행정법원 제12행정부는 학습지산업노조 등이 재능교육과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재능교육이 노조활동을 이유로 위탁계약을 해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며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았던 학습지 교사를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처음 임금 문제로 시작된 노사의 싸움은 5년여를 끌어오며 업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과 금여통장 가압류, 손해배상 소송 등 각종 고소 고발로 확대됐고, 1999년 노조 설립 당시 4,000명이던 조합원 수는 지금 11명이 됐다. 하지만 해고된 노조원들은 사측에 '단체협약 원상복귀'와 '해고자 전원 복직'을 요구하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천막을 지키고 있다.
이번 판결은 학습지 교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는 인정하지 않아 복직으로 가는 길이 열리지는 않았다. 그래도 분위기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유 지부장은 "법원이 학습지 교사에 대해 근로자성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법 조문이 없다는 핑계로 부당노동행위만 인정한 것은 한계"라면서도 "앞으로는 법원의 선고에 기대지 않고 회사와의 단체협약을 통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노조활동의 권리는 인정받은 만큼 단체협약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유 지부장은 "회사가 (복직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5년 동안 주장했던 단 하나의 근거가 번복된 만큼 회사와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최근 '위탁계약 체결 즉시 단체교섭을 시작한다'는 협상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유 지부장은 이날 재능교육의 부당 해고를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해고된 교사와 시민 40여명이 혜화동 재능교육 본사 앞에 모였다. 5년이나 복직을 외친 끝에 첫 반응을 얻어낸 이들은 앞으로 얼마나 오랜 시간이 더 걸리든 복직 요구 외침을 그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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