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실제 북한의 도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대북 감청을 통해 확인되면서 정부가 탈북단체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단체들의 돌출 행동을 막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제대로 대응해야 할 뿐 아니라 제도 개선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탈북단체나 북한인권단체 등은 대북전단 살포를 주요한 활동 수단으로 삼아 왔다. 전단은 적은 비용으로 북한 주민들의 의식과 체제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매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국 국무부와 한국의 통일부가 매년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 탈북단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임진각 진입이 저지 당했던 북한민주화추진연합회는 올해에만 약 40차례(총 700만장) 전단을 북쪽에 날려 보냈다.
하지만 이번처럼 대북전단 살포가 탈북단체의 이벤트로 전락해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할 경우 여러 가지 문제를 낳는다. 무엇보다 남북의 충돌로 이어질 경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이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딱히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면서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2일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할 수 있는 법 규정이 없어 우리도 한숨만 쉴 뿐"이라며 "이 단체들에 자제해 달라고 권고하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실제 경찰이 지난달 22일 임진각으로 통하는 길목을 봉쇄해 탈북단체 회원들과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지만 통일부는 "집회 저지는 해당 기관이 판단할 사안"이라며 뒷짐만 지고 있었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와 2000년 6ㆍ15 남북공동선언은 양측이 상호비방을 중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이를 근거로 "대북전단 살포는 남북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남측을 몰아붙이는 상황이다. 이에 입장이 곤혹스러워진 정부는 그간 수차례 탈북단체의 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 때마다 여야의 입장 차이와 여론 수렴 부족으로 번번이 좌절되곤 했다.
하지만 탈북단체의 무분별한 전단 살포로 남북관계 긴장이 고조되고 전방 지역 주민들의 생명이 위협 받는 상황이 잇따르면서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연말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대선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도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정치권과 여론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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