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떨어져 개발비 둘러싼 SH공사-주민들간 갈등도
6년째 지지부진한 세운상가 일대 재개발이 사업당사자(서울시ㆍSH공사) 간의 책임 떠넘기기로 앞으로도 장기 표류할 전망이다.
31일 서울시와 SH공사에 따르면, 사업시행자인 SH공사는 서울시가 수정한 세운재정비촉진계획을 발표해야 사업에 착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SH공사 관계자는 “올해 12월 연구용역기한이 끝나니 그 결과를 바탕으로 촉진계획도 곧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12월에 연구보고서가 나올지 확실하지 않다”며 발을 뺐다. SH공사는 서울시에, 서울시는 외부에 맡긴 연구용역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모양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연구용역보고서는 세운상가 재개발사업의 사업성을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서울시가 2010년 8월 발주했다. 같은 해 3월 문화재청이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경관을 해친다며 세운4구역에 새로 지을 건물의 최고 높이를 69m(기존 122m)로 낮추면서 사업성에 빨간 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이후 서울시는 연구보고서 등 여러 이유를 대며 전체구역(세운 1~6지구)에 대한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하지 않고 있다.
2006년 10월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된 세운상가 일대는 현재 재개발사업 1단계만 끝내고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2009년 철거한 현대상가 자리엔 벼, 조를 재배하는 도시농장이 들어섰지만, 올해 말까지 세운ㆍ청계ㆍ대림상가를 헐고, 폭 90m, 길이 290m의 녹지대를 만들려던 재개발 2단계 사업은 첫 삽도 못 떴다. 2015년까지 세운상가를 포함한 8개 상가를 밀고, 폭 90m, 길이 1㎞인 녹지축을 만들겠다던 ‘세운초록띠공원 조성사업’의 완공시기도 기약 없이 미뤄졌다. SH 관계자는 “신축 건물 높이 제한으로 사업성이 많이 떨어졌는데, 주민 보상금 등으로 총 2,150억원(서울시 968억ㆍSH공사 1,147억)을 이미 집행한 터라 되돌리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업성 악화는 주민들에게도 골칫거리다.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재개발 해도 개발이익이 줄거나 손해 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SH공사는 녹지조성금을 예전과 같이 분담하라고 해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 사업은 녹지축 조성비용(1조4,000억원)을 지주가 부담하는 대신 인근 건물의 용적률을 높여 수익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종진 세운4구역 주민대표위원회 위원장은 “이런 조건이었다면 애초 재개발 사업에 동의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주민들은 연말까지 기다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12월 또 다시 연구결과 발표하지 않으면 집회 등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변태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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