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동료기사 윤지희(24 · 3단)와 백년가약을 맺은 새 신랑 최철한(29)이 결혼 후 국내외 기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최철한은 올 들어 10월말까지 국내외 기전에서 48승22패, 승률 69%를 기록했다. 이것만으로도 다승 6위, 승률 11위에 해당하는 좋은 성적이지만, 특히 결혼 후의 승률은 훨씬 높아 바둑가에 화제가 되고 있다.
최철한은 결혼 전까지 각종 기전에서 속된 말로 죽을 쑤었다. 5월말까지 공식 기전 성적이 11승14패에 불과했다. 그동안 맥심커피배 결승 1, 2국에서 박정환에게 연패해 타이틀을 넘겨준 것을 비롯, 비씨카드배 64강전(상대 류싱), GS칼텍스배 16강전(상대 김승재), 바이링배 64강전(상대 천야오예), 춘란배 16강전(상대 파오원야오), 응씨배 16강전(상대 탄샤오) 등 크고 작은 국내외 기전에서 잇달아 중도 탈락했다. 이뿐 아니다. 바둑리그에서도 1, 2, 3라운드 연속 패배하는 바람에 자신이 주장을 맡고 있는 SK에너지팀이 연패를 거듭하며 꼴찌로 추락했다. 주장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결혼 당일 저녁에도 바둑리그 경기에 출전하는 투혼을 보였으나 이마저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생애 최악의 상반기였다.
그러나 1주일 동안의 신혼여행에서 돌아 온 다음부터 마치 딴 사람이 된 듯 무서운 기세로 연승가도를 질주했다. 6월 18일부터 7월 20일까지 6연승을 달리다 7월7일 바둑리그서 이원영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으나 다시 9연승을 추가했다. 이어 바둑왕전서 목진석에 가로 막혀 한 판 쉬고는 또 6연승을 거뒀고 최근에는 9월18일부터 10월30일까지 12연승을 기록했다.
6월 2일 결혼 이후 10월말까지 거둔 성적이 37승 8패, 승률 82%에 이른다. 후반기만 따지면 단연 국내 최고 성적이다. 최철한은 "곁에서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심적으로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호조에 힘입어 국수전 준결승전에서 이세돌을 물리치고 결국 도전권을 따냈고, 삼성화재배서 판팅위 미위팅 등 중국의 '90후 세대' 신예 강자들을 잇달아 제치고 4강에 올랐으며, 올레배서도 난적 김지석을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밖에 농심배 국가대표로 선발됐고, LG배 8강에 올랐으며 바둑리그서도 12라운드부터 18라운드까지 7연승을 기록하며 소속팀을 꼴찌에서 일약 7위까지 끌어 올렸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지난달 31일 벌어진 제40기 명인전 8강전서 박영훈에게 반집패를 당해 탈락하면서 연승 행진이 저지됐다는 것.
모든 일이 그렇듯 바둑 농사도 마지막 마무리가 중요하다. 최철한은 연말을 앞두고 각 기전에서 본격적인 가을걷이에 들어간다. 첫 번째 고비가 이달 중에 잇달아 열리는 이세돌과의 올레배 결승 5번기와 삼성화재배 준결승전 3번기다.
올레배 결승 5번기는 이세돌과 무려 6년 만에 치르는 타이틀매치다. 두 선수는 2005년 7월 후지쯔배 결승전을 시작으로 8월 중환배 결승전, 2006년 2월 맥심커피배 결승전, 11월 바둑왕전 결승전과 GS칼텍스배 도전기서 맞대결을 펼쳐 이세돌이 네 번 이기고 최철한이 중환배서 한 번 승리했다. 역대 전적에서도 23승16패로 이세돌이 앞서 있다. 하지만 최근 10국의 맞대결 성적은 5승5패로 팽팽하고 올해 성적은 오히려 최철한이 약간 낫다.
이세돌은 42승 19패, 승률 68%로 다승 13위, 승률 16위를 달리고 있어 예년 수준에 못 미친다. 바이링배 32강전서 장웨이지에에 져 탈락했고, 농심배서는 예선 1회전서 김현찬에 고배를 마셨다. LG배 16강전에서 스웨에 졌고, 응씨배 4강전에서는 판팅위에 무릎을 꿇었다. 5월에 GS칼텍스배 결승에서 박영훈을 꺾고 우승한 게 올해 챙긴 유일한 타이틀이다.
따라서 이세돌로서도 이번 올레배 결승과 삼성화재배 준결승은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승부다. 게다가 현재 두 선수의 랭킹점수 차이가 36점 밖에 안 돼 이번 8번기 결과에 따라 다음 달 랭킹 2, 3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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