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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주민들, 아프면 병원보다 부대 먼저 찾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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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주민들, 아프면 병원보다 부대 먼저 찾죠"

입력
2012.11.0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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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7일(현지시간) 밤 10시30분쯤 레바논 남부 도시 티르 시내에서 동쪽으로 약 5㎞ 떨어진 동명부대(레바논 평화유지단) 주둔지. 한 40대 여성이 어둠을 뚫고 부대 내 의무대로 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얼굴의 절반과 오른쪽 팔 부위가 빨갛게 변하고 물집이 생긴 2도 화상 상태였다. 음식을 만들다 뜨거운 기름을 뒤집어 쓴 것이다. 이교원(32ㆍ대위) 군의관은 응급 처치를 마친 뒤 "꾸준히 방문 진료를 받으면 흉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환자를 안심시켰다. 군의관의 조언을 따랐더니 열흘 뒤 거짓말처럼 상처 부위가 말끔해졌다. 이튿날 의무대를 다시 찾은 환자의 손에는 태극 무늬로 장식된 케이크가 들려져 있었다. 고마움의 표시였다.

유엔레바논평화유지군(UNIFIL) 소속으로 활동 중인 동명부대가 2007년 7월 파병된 지 5년 3개월여 만인 지난달 31일 '현지 주민 5만명 의료 지원'이라는 기록을 수립했다. 휴일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36명씩을 진료해야 달성할 수 있는 대기록이다. 주둔 지역 내 5곳의 마을 주민이 5만명 가량 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지역주민 모두가 혜택을 받은 셈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동명부대는 이날 주둔지 내 5개 마을 중 하나인 샤브리하에서 기록 달성 행사를 열어 5만 번째 진료를 받은 사할 헤지딘(24ㆍ여)씨에게 꽃다발과 기념 선물을 증정하고 쾌유를 기원했다. 부대는 또 행사에서 반신을 쓰지 못해 생활고를 겪고 있는 현지 주민 무하마드 알리무싸(44)씨에게 전기 휠체어를 지원하고, 티르 적십자사와 유엔 진료소에는 8,500만원 상당의 의약품과 의료용품, 구급차를 제공하기도 했다.

환자 5만명 돕기까지 여건은 녹록지 않았다. 40도를 넘나드는 중동의 폭염에 상존하는 테러 위협을 견뎌내야 했다. 이런 가운데 군의관 3명과 간호장교 2명으로 이뤄진 소수의 의료진이 5개 마을을 돌며 '찾아가는 진료 서비스'를 제공했고, 24시간 상시 의료 지원 시스템도 구축했다. 합참 관계자는 "39개 UNIFIL 예하 부대 중 24시간 진료하는 곳은 동명부대가 유일하다"며 "현지민이 야간엔 병원보다 부대를 찾는다"고 전했다.

병에 걸린 가축까지 치료해주는 파병 부대도 동명부대뿐이다. 1명밖에 없는 부대 소속 수의장교가 매주 2, 3회씩 지역 가축 농장을 방문, 악취 탓에 현지인조차 들어가기를 꺼리는 축사에 들어가 소 양 염소 등을 돌봐준다.

합참 관계자는 "가축이 주요 생계 수단인데도 수의 진료가 변변치 않아 걱정이 많았던 주민들이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부대는 이밖에 마을 의료진료실 개축 공사 등 다양한 현지 진료여건 개선사업도 펴고 있다.

하종식(46ㆍ대령ㆍ육사 44기) 동명부대장은 기념식에서 "동명부대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 주민의 적극적 지지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레바논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알 후세이니(77) 티르시장은 "5년 간 우리의 상처를 치유해준 동명부대야말로 신이 우리에게 보내준 최고의 선물"이라고 화답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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