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어떤 남자가 강제로 호텔로 데려와 성추행을 해요!"
서울경찰청 112신고종합상황실에서 근무하는 김상희(39) 경사는 지난 6월 29일 오전 2시49분쯤 한 20대 여성으로부터 다급한 신고 전화를 받았다. 이 여성은 "남자가 집에 데려다 준다더니 호텔로 데려왔는데 어디인지도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위급한 상황임을 직감한 김 경사는 "경찰이 곧 도착하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안심시킨 뒤 경찰 출동을 요청하는 긴급버튼을 눌렀다. 동시에 GPS(위성항법장치)로 통화 위치를 추적해 서울 서초동 소재 A호텔로 파악, 출동한 경찰이 3분20초 만에 범인을 현장에서 검거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김 경사는 10월 중순까지 2만3,475건의 112신고를 처리, 서울청 112신고 업무자 126명 중 1위를 차지했다. 1인당 평균 실적(1만900건)의 갑절 이상을 해낸 것으로 그만큼 신속하고 빈틈없이 처리했다는 뜻이다. 덕분에 성폭행 등 각종 범죄자 402명을 검거하는데도 기여했다.
순간적인 기지 등 발군의 실력을 보인 김 경사는 1957년 112신고제도 도입 이래 최초로 112신고 접수ㆍ처리 업무 공로로 '112의 날'인 2일 경위로 특진한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4월 112신고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아 화를 키운 우웬춘 사건을 계기로 그 동안 조명을 받지 못했던 112신고종합상황실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순경으로 임용된 김 경사는 2009년 2월부터 서울청에서 112업무를 맡고 있어 나름 노하우가 있다. 그는 "4년째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지명이나 건물이름만 들어도 관할 경찰서를 알아 바로 출동지령을 내리고, 위급한 상황이라 판단되면 신고자를 일단 안정시켜 차근차근 상황을 설명하도록 유도한다"며 "'뭐 하나만 물어볼게요'라고 시작하는 신고는 가능한 빨리 경찰민원 접수번호인 182로 돌린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112신고를 잘못 처리하면 큰 화를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긴장한다"고도 했다.
최근 경찰이 112업무 인력을 확충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업무 강도는 더 높아졌다"는 게 김 경사의 설명이다. 신고 전화가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란다. 전국 112신고는 2007년 622만7,664건에서 지난해 995만1,202건으로 50%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청도 206만2,718건에서 284만1,869건으로 37.9% 증가했다. 그는 "워낙 험악한 사건이 많이 발생해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예전엔 같은 사건에 대해 한, 두 명의 목격자가 전화를 했지만, 요즘엔 대여섯 명이 신고한다"고 전했다.
장난전화는 여전히 골칫거리. 그는 "다짜고짜 욕하거나 수시로 전화하는 상습범, '위 층에서 레이저를 쏜다'는 허무 맹랑한 말을 늘어 놓는 사람도 있다"며 "정말 위급한 전화가 올 수도 있으니 장난 전화는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경사는 "112신고는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가 될 때가 많아 정말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112업무를 맡아 전문성을 키워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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