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 인적 쇄신 논란에 휩싸였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단일화의 전제조건으로 정치 쇄신을 제시한 터라 민주당 지도부 퇴진론은 단일화 정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를 포함한 지도부가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났고, 지역별 선거운동 등으로 후보를 돕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후보가 퇴진론을 선뜻 수용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문 후보의 정치쇄신 작업은 9명의 친노그룹 실무진 퇴진으로 물꼬가 터졌다. 문 후보에게 드리워진 친노의 강한 이미지를 희석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3철(전해철, 이호철, 양정철)'로 불리는 참여정부 청와대 참모진 출신을 비롯한 친노 인사들이 자진 사퇴하면서 인적 쇄신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문 후보는 이어 '새로운 정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정치개혁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당내 비주류를 중심으로 인적 쇄신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과 함께 '이-박(이해찬-박지원)'퇴진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비주류의 한 중진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대표적인 친노 인사인 이 대표와 호남 기득권 세력의 상징인 박 원내대표가 계속 노출되는 게 문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위원회의 인적 쇄신 주장도 같은 고민에서 출발하고 있다. 지도부 총사퇴라는 강력한 쇄신 카드를 통해 친노 그늘에서 벗어나고 안철수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다목적 포석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문 후보 선대위의 이목희 기획본부장은 "지도부가 완전히 퇴진해야 쇄신 의지가 확고해진다는 충정이 민주당에 엄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정치위원회의 결정은 문 후보의 의중을 어느 정도 반영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상승세를 타다가 정체된 문 후보의 지지율을 더 끌어올리고 단일화 정국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절박감이 캠프 차원에서 공유돼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난 지도부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다가 권력투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퇴진론 자체가 대선 이후 당권 장악을 겨냥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주장도 있다. 당장 박 원내대표가 반발하면서 퇴진론 주장은 벽에 부딪힌 형국이다. 또 정기국회가 마무리되지 않은 마당에 지도부가 퇴진할 경우 국회 운영 문제 등에서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각자 고향인 충청과 호남에서 선거를 지원하겠다고 자원한 상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박 라인을 제거하면 인적 쇄신 이미지는 강화될 수 있지만 결국 표 싸움일 수밖에 없는 단일화 경쟁을 놓고 보면 손실이 될 수도 있다"며 "일부 의원들의 한가한 소리"라고 퇴진론을 일축했다. 이래저래 문 후보의 고민만 깊어지게 됐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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