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이 있다. 어떤 내기나 경쟁의 결과가 70%는 행운에, 30%만 기량에 좌우된다는 뜻으로 화투놀이인 '고스톱'에서 많이 쓰인다. 이른바 '족보'의 확률과 보상 값이 비교적 정확하게 반비례하는 포커나 마작과 달리 '고스톱'은 그런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그만큼 행운의 영향이 크다. 그 정확한 비율이 7대 3인지는 영원히 확인할 길이 없지만, 실생활 곳곳에서 '운칠기삼'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는 일을 만나게 된다.
■흔히 실력이나 노력을 행운의 반대로 여기기 쉽지만, 그런 요소에조차 행운의 손길은 미친다. 피나는 노력보다 타고난 소질과 재능이 빛을 발하는 예는 흔하다. 애초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성실한 태도나 자세도 타고난 것이기 쉽다. 설사 성장과정에서 축적된 습관의 결과라고 하더라도 그에 이르기까지의 환경은 결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삶의 모든 과정이 적잖이 행운에 지배된다. '팔자 소관'이 결코 흘러간 옛말이 아니다.
■상복(賞福)도 행운의 하나다. 세계선수권이나 월드컵을 휩쓴 선수가 막상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놓치는 반면, 하위 랭킹의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이변도 잇따른다. 바이오리듬 분석이나 심리적 안정을 위한 명상요법 등으로 이변 확률을 낮출 수는 있어도, 이변 자체를 틀어막을 수는 없다. 대종상 21개 부문 중 15개 부문을 가 독차지한 것을 두고 말이 많다. 올 한국영화의 풍성한 성과에 비추어 균형감각의 문제가 거론될 만하다.
■모든 후보작의 우열을 견주는 상대평가 대신 작품 별로 점수를 매기는 절대평가 방식, 일반심사위원 54명의 '쏠림 평가'등이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일반심사위원 평가는 후보작을 고르는 예선에 한했고, 최종 결정은 전문심사위원 14인의 평가에 따랐다니, 흥행 절정기와 심사 시기가 겹친 '운때'가 결정적이다. '운칠기삼' 상황에서도 가변적 30%는 노력에 달렸다. 심사방식 변화 등의 모색과 노력을 버리지 말아야 할 이유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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