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의 부채 규모가 급격히 커진데다 질도 나빠지고 있다. 이미 가계부채는 1,000조원을 넘어 하우스푸어가 속출하고 자영업자들의 부채가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여기에 유럽발 재정위기 등으로 경제가 나빠지면서 대기업들마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2012년 3월말 기준 자영업자의 부채규모를 430조원 내외로 추정했다. 특히 부채증가 속도가 빨라져 자영업자의 부채는 2011년 1월부터 2012년 3월까지 16.9% 증가했다. 하우스푸어 문제도 심각하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60%를 초과하는 하우스푸어는 모두 56만9,000가구로 이들이 받은 대출은 149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시장에 따라서 위험한 상황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대기업도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12대 그룹 가운데 4곳은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도산 위험이 큰 한계기업도 증가했다. 대기업 중 한계기업은 건설계열사를 중심으로 2010년 말 11%에서 2012년 6월 15%로, 중소기업은 17%에서 21%가 됐다. 이 와중에 은행들은 중소기업과 저신용자 등에게 더 높은 금리를 받는 등 '우산 뺏기'에 나서는 못된 관행을 되풀이 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대출금리 격차는 2009년 0.01%포인트에서 올해 1분기 0.57%포인트로 확대됐다. 또 금융위기 직후 1%포인트 안팎이던 가계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간 금리격차는 2012년 1분기 중 2.91%포인트로 증가했다.
가계와 기업의 부실은 금융부실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1998년 외환위기 때 익히 경험했듯 금융시스템의 붕괴에 따른 대가는 가혹하다. 이미 저축은행들은 위기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불똥이 언제 은행권으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정권 말기를 맞은 정부가 안이하게 정책 결정을 미적거리는 사이 위기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대통령 선거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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