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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선 게임이론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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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선 게임이론의 법칙

입력
2012.11.0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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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캠퍼스 안에 있는 동산에 봄에 날아와 새끼를 기르던 백로들도 나뭇잎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자 동남아로 다시 떠났다. 필자가 가르치는 게임이론 과목도 중간시험을 치렀다. 마침 한국과 미국 모두 대통령 선거라는 현실 속의 큰 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게임이론의 관점에서 선거를 분석할 때는 후보자들의 개인적 특성보다 구도를 본다. 여기서 후보자의 수와 이념적 성향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중간시험에 냈던 문제 하나를 소개해보자.

유권자들이 이념성향적으로 극좌에서 극우까지 일정한 길이의 구간에 고르게 분포해 있다고 가정한다. 유권자들은 자신과 이념적으로 가까운, 다시 말해 정책성향이 가까운 정당에 투표한다. 정당은 자신에 투표하는 유권자 수가 가급적 많도록 이데올로기 구간상의 위치를 잡는다. 같은 자리에 위치한 정당들은 유권자를 똑같이 나눠 가진다고 가정한다. 서로 균형을 이루는 정당들의 위치를 찾으라는 것이 시험문제였다. 균형이 되려면 어떤 정당이 혼자 자리를 움직여서 더 많은 표를 얻을 수가 없는 상태여야 한다.

해답은 다음과 같다. 정당이 둘일 때는 둘 다 중도 정당이 된다. 서로 가운데로 치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를 보면 민주당 후보와 공화당 후보가 모두 가운데로 치고 들어와서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다. 지난 번 한국 대선에서는 보수성향의 후보가 가운데로 파고드는데 반해 진보성향의 후보는 무모하게도 더 왼쪽으로 갔다. 결과는 참패였다.

정당이 셋일 때는 균형을 이루는 위치가 없다. 무슨 얘기냐 하면 정당 셋이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당이 넷일 경우의 해답은 둘은 중도좌파 정당, 둘은 중도우파 정당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88년에 4당구도가 만들어져 지방자치제와 국정감사권 부활, 5공청문회 등 굵직한 일들을 했던 적이 있다.

이번 한국 대선에서는 당선 가능권의 후보가 셋이어서 불안정한 구도다. 삼자구도가 끝까지 유지되기 힘들다. 그래서 단일화 이야기가 나온다. 삼자구도가 유지된다 하더라도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 선두주자가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런 것 만은 아니다. 두 후보가 함께 선두주자를 공격해대면 선두주자가 점차 약해지고 막판에 표가 중간 주자에게 쏠릴 가능성도 있다.

정책이슈 싸움에서도 삼자구도의 혼란성이 보인다. 경제정책과 대북정책에서 이념성향에 따른 자리 매김이 단순하지가 않다. 세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그리고 대북정책의 유연화를 내세운다. 보수성향의 후보가 하나이고 진보성향의 후보가 둘인 상태가 계속되면, 보수성향의 후보는 계속 중도 노선으로 밀고 들어올 것이고, 진보성향의 후보들은 단일화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왼쪽으로 가다가 가운데를 다 뺏겨서 단일화가 되어도 패배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지역성향이 표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컸다. 후보가 둘일 때에는 완충지역에 있는 유권자들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한다. 후보가 셋이면 역시 복잡해진다. 캐스팅보트의 역할이 줄어들고 지역성향이 강한 쪽의 향배가 다시 중요해질 수 있다.

물론 게임이론은 분석의 큰 틀을 제공할 뿐이다. 후보의 사람됨이라든지 구체적인 정책이라든지 하는 것들이 표심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실제 선거의 결과들을 보면 이런 특수한 요소들 보다는 구도가 훨씬 중요했다. 대선은 특히 그렇다. 개인이 아닌 세력들 간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보자의 능력보다는 시대정신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누구나 이번 대선에서 한국의 미래를 잘 이끌 좋은 대통령이 선택되었으면 하고 바랄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좋은 후보가 게임에서 이겨야 한다. 게임에서 이기려면 좋은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후보자들이 잊지 말아 할 것은 유권자들은 미래를 위해 투표한다는 것이다. 어느 후보가 과거에 훌륭한 이력이나 생각을 가졌느냐를 보고 투표하지 않는다. 어느 후보가 앞으로 나라를 잘 지키고 국민을 잘 살게 해줄 것인가를 판단해 투표한다.

채수찬 카이스트 경영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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