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효범(29·192㎝)은 올 시즌 잊혀지는 듯 했다. 뛰는 시간보다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다. 큰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경기에 빠지는 경우가 잦았다. 연봉 2억5,000만원을 받는 선수가 벤치를 지키는 것은 선수와 팀 모두에게 손해다.
김효범이 마침내 긴 침묵에서 깨어났다. 김효범은 지난 31일 LG전에서 올 시즌 두 번째로 선발 출전했다. 그 동안의 아쉬움을 털기라도 하듯 1쿼터에만 3점 슛 2개를 포함해 8점을 올렸다. 4경기 만에 올린 득점이다. 김효범의 득점포로 기선 제압에 성공한 SK는 LG를 꺾고 6승(2패)째를 거둬 공동 2위로 올라섰다. 문경은 SK 감독은 모처럼 "김효범의 외곽 슛이 터져 이겼다"며 만족스러워했다.
김효범은 그 동안 슈팅 밸런스가 깨져 고생했다. 비시즌 동안 준비를 잘 해왔다고 자부했지만 막상 시즌을 앞두고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지난 13일 전자랜드전에서 3분25초만 뛰는데 그쳤고, 18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첫 선발로 나가 8분50초 동안 리바운드와 어시스트 1개씩만 기록했다. 3점 슛은 3개를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23일 오리온스전에서도 여전히 침묵했다.
문 감독은 "나도 슈터 출신이라 김효범의 심정을 잘 안다"며 "슈터는 어떤 순간의 계기가 생겨야 컨디션을 찾기 때문에 많이 도와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문 감독은 김효범이 살아나는 계기가 LG전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SK는 올 시즌 김효범 없이도 잘 나가고 있다. 1승만 추가하면 1999~2000 시즌에 세운 1라운드 최고 성적인 7승2패의 팀 타이 기록을 달성한다. SK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순간 지난 시즌까지 주포로 뛰었던 김효범의 활약은 미미하기만 했다.
SK는 현재 포인트 가드 김선형을 두고 4명의 빅 포워드를 쓰는 '플랜 A'를 가동하고 있어 김효범의 비중은 적다. 그러나 농구는 모른다. 시즌은 길기 때문에 언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그래서 문 감독은 '플랜 B'까지 미리 구상했고, 그 중심에는 완벽히 슈팅 밸런스를 찾은 김효범이 자리하고 있다. '플랜 B'의 전제는 김효범이 완벽한 슈팅 밸런스를 찾았을 때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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