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더위의 추억이 잊혀져 가는 요즘, 운동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이 많다. 아침 저녁으로 살짝 쌀쌀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날씨가 운동 하기에 딱 좋다. 그런데 돈 안 들이고 운동한다며 무턱대고 냅다 달리거나 무리해서 산에 오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애초에 몸에 맞지 않는 운동을 택하면 애써 한 결심이 작심삼일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운동에도 궁합이 있다. 나이와 건강 상태, 주변 환경 등에 따라 사람마다 어떤 운동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효과적일지 정형외과 전문의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기왕 맘 먹고 하는 운동, 몸에 맞게 제대로 해보자.
소아는 자전거, 청소년은 농구
요즘은 유ㆍ소아 시기부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며 학습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신체 활동량이 부족해질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인스턴트 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먹어야 하는 경우가 잦다면 소아 비만 우려도 높아진다. 그렇다고 무작정 아이들을 걷거나 뛰게 하면 아직 연약한 무릎에 쉽게 무리가 간다.
유ㆍ소아에게 가장 추천할 만한 운동으로 전문의들은 자전거 타기를 꼽는다. 무릎 같은 특정 신체 부위에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 걷기보다 운동 효과가 2배 정도 좋을 뿐 아니라, 안정적으로 타게 되면 심장 박동이 천천히 조절되면서 아이들의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창 성장하는 청소년 시기에는 운동이 키 발달에 큰 도움을 준다. 키 크게 해준다는 약을 먹거나 물리 치료를 받는 것보다 규칙적인 운동이 키를 더 잘 키울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운동이 키를 비롯한 신체 발달을 좌우하는 성장 호르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성장에 가장 도움이 되는 운동으로 전문의들은 농구를 꼽는다. 경기 중 잦은 점프 동작이 뼈의 성장판을 자극해 키를 크게 하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한번 운동할 때는 약간 피로하다 싶을 정도인 20분 정도가 적당하다. 농구뿐 아니라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유연성 운동 등을 고루 하되, 특히 하체를 활발히 움직이는 게 좋다. 그러나 아무리 운동을 해도 일시적이라면 성장 효과는 미미하다. 규칙적으로 꾸준히 해야 성장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여성은 꾸준한 관리에 유의
직장에 다니며 짬 내 하는 요가나 스트레칭도 꾸준히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차이가 크다. 직장이나 집안일이 한 가지 동작으로 오랫동안 같은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특정 근육을 과도하게 쓰게 된다. 이럴 때 30분 정도 간격으로 잠시 일에서 손을 놓고 깍지를 껴 기지개를 켜거나 양쪽 손목을 돌리며 풀어주는 동작만으로도 관절에 가해지는 피로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관절 피로를 풀어주지 않고 방치하면 어깨와 목에 근막통증후군, 일자목증후군 등이 나타난다. 정동병원 김창우 원장은 "근막통증후군은 어깨나 뒷목 주변 근육이 쉬지 못하고 오랜 시간 긴장하면서 영양분과 산소가 부족해지고, 일자목증후군은 목뼈 형태가 자연스럽게 굽어지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뻣뻣하게 변형되면서 머리 무게가 양쪽 어깨로 분산되지 못해 계속 목뼈에 무리가 간다"고 설명했다.
젊은 직장 여성이나 주부들이 다이어트나 몸매 관리를 위해 요가를 배우는 경우가 많은데, 요가는 자세를 바로잡아주고 일자목증후군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인 운동이기도 하다. 평소 잘 쓰지 않던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대뇌가 자극을 받아 머리가 맑아지고 집중력도 향상될 수 있다.
엄마는 덤벨, 할머니는 수영
중ㆍ장년층은 나이가 들어 관절 사이 연골이나 인대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운동을 점점 멀리하게 된다. 하지만 골다공증이나 고혈압, 당뇨병 등 유병률 높은 병이 찾아오는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 연골과 인대 기능이 떨어지면 근육이 약해지기 때문에 근력을 강화시키는 운동을 주로 해야 한다.
전문의들은 아령보다 크고 바벨보다 작은 덤벨을 사용해보라고 권한다. 무리하게 강도를 높이진 말고 낮은 강도로 여러 차례 반복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여기에 조깅 같은 유산소운동을 규칙적으로 병행하면 안성맞춤이다. 단 달리는 자체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달리는 동안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손과 팔, 어깨의 힘을 빼고, 발 앞부분보다 발뒤꿈치가 땅에 먼저 닿도록 한다.
60대 이상 노년층이 흔히 고통을 호소하는 부위가 무릎이다. 무릎 관절을 보호하고 있는 연골이 나이가 들면서 손상돼 염증과 통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의정부척병원 관절외과 강진석 대표원장은 "환자 상태에 따라 약이나 주사, 수술 등의 치료로 나아질 수 있지만, 이와 더불어 중요한 게 바로 운동"이라며 "매일 1시간 정도 수영이나 아쿠아로빅 같은 수중운동이 적합하다"고 추천했다. 팔을 휘두르거나 걷는 등의 동작을 물 속에서 계속하면 물의 부력 때문에 몸무게에 가해지는 힘이 많게는 80%까지 줄어든다. 그만큼 무릎 관절에 무리가 덜 간다는 얘기다.
주변 여건이 수중운동을 하기에 마땅치 않다면 무릎 근육을 만들어주는 가벼운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걷기도 괜찮다. 단 경사가 있는 산보다는 평지에서, 아스팔트처럼 딱딱한 바닥 말고 부드러운 흙 바닥에서 걸어야 무릎에 부담이 덜 갈 수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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