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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 이야기] 개버릇 남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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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 이야기] 개버릇 남 줄까

입력
2012.11.0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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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가면서 생긴 나쁜 습관 가운데 하나가 개념 없어진 시간 관념이다. 곧 먹자, 곧 봐, 곧 줄게, 라고 할 때의 '곧'을 한 몇 년쯤으로 착각하기가 부지기수인 듯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만 해도 일분 일초의 지각 앞에 몽둥이 찜질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알람과 뜀박질이 일상이었건만 다 자라서는 앞에 놓인 것이 자율이니 아, 나의 양심을 거는 일은 줄자처럼 왜 이리 쉽게 감겼다 풀릴까.

약속이 있어 습관처럼 택시를 잡아탔다. 상습 정체 구역인데다 퇴근 시간과 물림이었으니 타자마자 시작된 발 동동의 나. 하필 휴대폰 배터리는 왜 나갔냔 말이지. 외우는 전화번호 하나 없어 연락도 미리 못 취했고만. 아 30분만 일찍 나설 걸 매번 왜 난 이 모양인가.

꽉 막힌 차도 위에서 흥얼흥얼 트로트 가락을 따라하는 기사 아저씨, 뭐가 좋아 노래이실까 하는데 이리 물으시는 거였다. 젊은 아가씨가 무슨 한숨이 그리 깊으실까. 아저씨 가제트 만능 다리라도 뻗어서 이 도로 빠져나가면 안 될까요? 하하 마음은 택시에 날개라도 달고 싶다오, 서울에서 길 막혔다는 건 이제 핑계도 안 돼요,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소. 참 내 시계 15분 빠릅니다. 엥?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모든 시계를 앞서 맞춰놨다는 아저씨, 덕분에 제 시간에 모임에 참석할 수 있었기에 나도 따라해야지 하였건만 결심은 1초 천하였다. 오늘도 죄송합니다 연발인 나, 지각이 어찌하여 운명이란 말이냐.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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