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대상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가 이르면 11월 폐지된다. 아동과 장애인 대상 성범죄 친고죄는 2010~2011년 폐지돼 피해자 신고 없이도 가해자 처벌이 가능하지만, 성인 성폭행에 대해서는 법무부의 반대로 친고죄가 유지돼 왔다.
국회 아동ㆍ여성 대상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는 법무부, 여성가족부 관계자가 참석한 전체회의에서 강간ㆍ강제추행죄 등을 친고죄로 규정한 형법 306조를 삭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31일 밝혔다. 특위는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범위 ▦다른 법과의 형평성 ▦피해자 보호 장치 등에 대한 논의를 거쳐 늦어도 11월 15일까지 형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특위 관계자는 "특위와 정부 부처가 구체적인 폐지 대상에 대해 이견이 있을 뿐 폐지 방향에는 모두 의견이 일치했다"며 "여야는 이견이 없어 본회의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남은 문제는 강간뿐 아니라 강제추행까지 친고죄를 폐지하느냐 여부로, 법무부는 경미한 혐의까지 무조건 수사하는 것은 피해자가 원치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강제추행은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 못함)로 남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 피해자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제3자가 악의적으로 신고하는 등 친고죄 폐지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완화 방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여론압박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했던 친고죄 폐지 움직임이 급물살을 탄 것은 '친고죄 폐지 불가'를 고수했던 법무부가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여성계는 "가해자가 고소취하를 종용하고 합의만 하면 처벌을 면하기 때문에 친고죄는 성범죄자를 보호하는 제도"라고 비판해왔으나, 법무부를 비롯한 법조계는 "친고죄 조항을 폐지할 경우 합의가 어려워 피해자가 보상을 받기 어렵고 수사로 인해 피해자 사생활이 침해될 여지가 있다"며 폐지 불가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9월 말 양승태 대법원장이 '친고죄 폐지'입장을 피력했을 때도 대법원은 해명자료를 내 "대법원장 사견이지 대법원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고 밝힐 정도로 법조계는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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