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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1월 1일] 아름다운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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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1월 1일] 아름다운 마무리

입력
2012.10.3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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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단풍이 절정이다. 주말에 멀리 찾아 나서지 않아도 주변이 온통 곱게 물든 나뭇잎들로 현란하다. 버스정류장까지 네 개의 아파트 단지와 한 개의 소공원을 지나는 출근길은 단풍여행길이다. 근래 조경수와 공원수의 종류가 다양해진 덕에 도심 가을빛이 한층 더 다채롭다. 우리에게 익숙한 은행, 벚, 느티, 플라타너스 단풍은 추억과 함께 한다. 복자기, 중국단풍, 북미원산 참나무 핀오크는 빼어난 색깔로 도심 단풍의 여왕자리를 다툰다.

■벌써 바닥에 뒹구는 낙엽들도 많다. 출근 길 나뭇잎 하나를 집어 들고 보니 벚나무 잎이다. 금방 떨어졌는지 주황색깔이 선명하고, 벌레 먹었지만 고운 자태가 그대로다. 한 철 제 역할을 다하고 곱게 단장을 한 채 미련 없이 가지를 떠나온 모양이 숙연하다.'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지는 잎처럼/ 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는구나'. 뒹구는 낙엽은 먼저 이승을 떠난 누이를 슬퍼하는 통일신라 승려 월명사(月明師)의 를 떠올리게 한다.

■치매 걸린 74세 아내를 목 졸라 죽이고 뒤를 따르려던 78세 노인의 사연이 보도됐다. 2년 전 발병한 아내를 혼자서 헌신적으로 수발해왔던 이 노인은 숨을 거두는 아내 귓전에 "여보 같이 가자, 사랑하니까 그런 거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추창민 감독의 영화 에도 노인이 치매 아내와 함께 목숨을 끊는 장면이 나온다. 사랑의 이름으로 동반자살을 미화할 수는 없지만 가슴 아픈 사연에 눈물을 참기 어렵다.

■수명 연장으로 치매는 거의 우리 모두의 미래가 되었다. 고령의 부모를 모시고 있는 가족에게는 현재다. 치매 등 노년 건강문제에 충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다. 장수가 우리 생의 최대 리스크라는 말도 틀리지 않는다. 국가와 사회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각자가 자신의 황혼 건강에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 곱게 물든 단풍잎처럼 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자고 새삼 다짐해보는 가을날들이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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