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장관 전원이 성차별 방지 교육을 받는다. 남성 정치인들의 성차별 언동이 잇따라 논란을 일으키자 정부가 내린 결정이다.
30일 AP통신에 따르면 장 마르크 애로 총리의 지시로 최근 평등부가 장관들을 대상으로 한 ‘양성평등 감수성 기르기’ 연속 강좌를 마련했다. 회당 45분 분량의 강좌는 프랑스 내 성차별 통계, 가정 폭력 사례, 성적 고정관념을 피하는 방법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총 38명의 장관 중 이미 12명이 강좌에 참석했고 26명은 등록을 마쳤다. 여성 장관도 빠짐 없이 참석한다.
이번 교육은 프랑스 정계에 양성평등 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세실 뒤플로 주택장관이 7월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국회에 출석했다가 남성 의원들로부터 야유를 받은 일은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다. 한 남성 의원은 “따뜻한 여름 날씨에 감탄한 것뿐”이라고 변명해 비판을 받았다. 이달 초 스테판 르 폴 농무장관은 시사주간지 인터뷰에서 “우리 부처가 다루는 일부 서류는 매우 전문적이지만 여성을 최대한 승진시키려 했다”라고 발언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프랑스 남성 정치인의 이미지를 악화시킨 대표 인물은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다. 그가 지난해 성폭행 미수, 매춘조직 연루 등 추문에 휘말리자 프랑스 사회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강좌를 기획한 정부 관계자는 “프랑스가 양성평등을 이뤘다는 환상을 깨고 싶다”며 “프랑스 방송에서 인터뷰하는 정치인 중 80%는 남성”이라고 지적했다.
잔다르크와 시몬 드 보부아르 등 여성주의의 상징적 인물을 배출한 프랑스는 비교적 양성평등이 잘 구현된 국가로 인식돼왔다. 사회주의자인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은 역대 최초로 남녀 동수 내각을 구성했으며 현재 프랑스 의회의 여성 비율은 27%로 미국, 영국보다 높다. 하지만 올해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세계 성 격차 지수’ 순위에서 프랑스는 135개국 중 57위에 머물러 독일(13위), 영국(18위) 등 다른 유럽국가와 미국(22위) 등에 뒤졌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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