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어제부터 342조5,000억원 규모인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세법개정안 심의에 들어갔다. 19대 국회 들어 여야가 처음으로 재정, 복지, 조세 등에 걸쳐 날 선 정책경쟁을 벌일 무대가 선 것이다. 정부는 균형재정을 의식한 보수적 예산안을 냈지만, 대선을 앞둔 여야는 모두 예산확대와 증세를 주장하고 있어 정부안의 대수술이 불가피해 보인다. 가장 우려되는 건 정치권의 선심경쟁으로 나라살림이 들떠 돌아가는 상황이다.
이번 예산심의의 관건은 균형재정 기조의 유지, 복지 및 경기진작 예산 확대 논의, 증세 방향 등이다. 내년에 균형재정을 실현한다는 당초 목표는 정부 예산안이 올해보다 사실상 7.3%나 증가하면서 이미 어려워졌다. 문제는 정치권의 선심경쟁이 자칫 균형재정 기조까지 훼손할 가능성이다. 여야 모두 겉으론 균형재정 목표에 동의하면서도 적극적 경기 대응을 빙자한 지역개발 예산과 서민예산, 복지예산 증액을 벼르고 있어 우려가 크다.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은 어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복지공약을 분석한 결과 향후 5년간 각각 42조원, 122조원의 재원대책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후보들은 어쨌든 이번 심의에서부터 공약 실현을 위한 예산확보에 나설 게 뻔하다. 일례로 각 후보들은 정부의 소득하위 70% 계층에 대한 0~2세 무상보육 및 대학생 반값등록금 조정안을 거부하며 100% 무상보육과 반값등록금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이런 주장을 고집하는 건 대선 표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
국회가 어떤 증세 방안을 마련할지도 관심사다. 복지확대 필요에 따라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인상 등이 활발히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부가가치세 인상에 대한 국민의 공감을 얻으려면 먼저 납득할 만한 부자 소득세 증세 방안이 나와야 한다. 법인세는 선동적 주장 보다는 국가별 조세경쟁 등을 감안한 합리적 균형점을 찾는 게 좋다. 유권자들은 이 과정에서 각 대선 후보들의 성실성과 책임감 등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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