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가 듣는 말 가운데 비호감이란 단어가 끼어 있음을 안다. 예컨대 나의 후각 기관이 얼마나 예민한지 상대의 묘한 체취가 있어 이를 지적할 때 상대로부터 듣게 되는 말 가운데 하나랄까. 하루는 엘리베이터에 오르는데 후배들 넷이 우르르 따라 타는 것이었다.
야, 무슨 냄새 안 나냐. 혹시 차장님 향수 새로 사셨어요? 킁킁, 어디서 술 냄새 나는데. 저희 파스타 먹고 들어가는 길인데요. 아니야, 분명 이건 고량주 마시고 깰 때 나는 특유의 냄새란 말이야. 그러자 슬그머니 뒤에서 저, 하는 마케팅부 직원이 있었으니 어제 점심에 중국집에서 한 잔도 아니고 이과두주 잔에 혀 살짝 담근 게 다인데 혹시 그 가게에서 절 보셨나요?
다시는 무슨 냄새가 나더라도 지적하지 말아야지 하였는데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비행기 안에서 자리에 앉자마자 코가 싸한 것이 나를 자극하는 어떤 기운이 있었다. 콧수염에 민소매 차림인 한 남자가 내 앞에서 좌석을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아뿔싸, 내 옆자리에 앉자마자 제대로 풍겨오는 이 두통 유발의 냄새라니.
비행기는 이륙했고, 비행기는 훈훈했고, 설사 직전의 방귀 소리마저 연거푸 들려오는 가운데 아이패드에 시선을 꽂은 남자의 시선을 쫓으니 어머, 내복 입은 줄 알았는데 영화 속 저 남자 아랫도리가 맨살이잖아. 냄새니 어쩌니 하더니만 석간신문 보는 척 힐끔거리다 남자에게 점점 기울어지던 나, 개 코는 무슨!
김민정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