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8·세종고)가 대한체조협회의 원칙 없는 행정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본인이 원하고, 코치가 원했던 대회 출전은 협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명분은 있었다. 선수 보호 차원이다. 손연재는 결국 대회 출전을 포기한 채 태릉선수촌에 입촌했다.
그런데 선수촌에서 재활과 훈련에 전념하던 손연재가 30일 오후 2시30분 국회 헌정기념관에 나타났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것이다. 이날 자리에는 올림픽 스타인 역도의 장미란, 펜싱의 신아람, 유도의 송대남, 쇼트트랙의 진선유가 함께했다. 양학선이 참석해야 했지만 국제대회 출전 관계로 손연재가 급히 초청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손연재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키우겠다는 체조협회의 목표가 공염불로 의심받을 만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체조협회는 손연재가 가고 싶어하던 이탈리아 초청대회는 물론 28일 러시아로 전지훈련을 떠날 예정이던 일정까지 막았다.
체조협회의 입장을 들어보려고 했지만 실무진은 국제체조연맹(FIG) 총회 출석을 위해 멕시코로 출국, 자리를 비웠다. 손연재의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IB스포츠 관계자는 31일 "러시아 전지훈련은 기술 향상 및 내년 시즌 안무를 준비하기 위해 정말 중요하다"며 "토론회는 내보내고 대회 출전과 전지훈련은 왜 허락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러시아는 손연재에게 약속의 땅이다. 손연재는 2년 전부터 러시아 국가대표 훈련장인 노보고르스크에서 런던올림픽을 대비한 훈련을 했다. 그것도 자비를 들인 훈련이다.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정상급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성장을 거듭했다.
손연재의 어머니 역시 하루 빨리 러시아로 떠나 내년 시즌 준비를 바라고 있지만 체조협회는 묵묵부답이다. 손연재는 적어도 이달 초에 출국해야 한다. 손연재의 프로그램 안무가인 루시 드미트로바(불가리아)가 11월말 러시아로 넘어오기 때문이다. 손연재는 그 전에 안무 훈련을 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어 놔야 할 필요가 있다. 체조협회의 늦어지는 결정에 엘레나 표르도바(러시아) 전담 코치 역시 한숨만 내쉬고 있다. 경쟁자들은 이미 내년 시즌 준비에 돌입한 상황이다.
체조협회는 손연재를 대승적인 차원에서 관리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태릉 안 손연재'로 발을 묶어 놓고 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