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 있는 저희 어머니를 찾습니다”는 현수막 속 주인공 할머니가 끝내 숨진 채 유족의 품으로 돌아와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유족들이 지난 5월 말 대구ㆍ경북 곳곳에 사례금까지 제시하며 현수막을 붙였지만, 실종 직후 어떤 이유로 숨졌던 것으로 보인다.
대구 북부경찰서는 9월17일 오후 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불어난 대구 신천에서 발견된 훼손된 시신은 치매를 앓다가 실종된 이모(79) 할머니로 확인됐다고 31일 밝혔다. 당시 시신은 북구 대현동 칠성교 아래 난간에 끼어 신체 일부가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실종자노인상담지원센터에서 이 할머니의 딸과 유전자를 대조 검사한 결과 실종신고된 이 할머니임을 확인하고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 발견 당시 숨진 지 상당한 기간이 지난 것처럼 보였고, 부검 결과 특별한 타살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할머니는 실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떤 사고 등으로 숨진 채 방치돼 있다가 태풍으로 불어난 물에 떠내려 가다 난간에 걸려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
유족들은 경찰에서 이 할머니가 “7년여전부터 치매 증상이 있어 병원치료를 받아왔으며 지난 5월 25일 외출한 뒤 귀가하지 않아 실종 신고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 할머니는 5월25일 대구 수성구 홈플러스 수성점 인근에서 실종됐으며, 그 동안 유족들은 황금네거리 범어네거리 등 수성구 일대는 물론 서부정류장 등 대구 전역과 심지어 경북 포항 등지에까지 이 할머니의 사진과 평소 행동습관, 2,000만원의 사례금을 준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내걸고 모친을 찾아 왔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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