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후보 단일화로 접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은 이번 대선에서 군소 후보들의 완주 여부와 득표력이 만만치 않은 변수가 될 수 있다. 물론 현재 이들의 지지율 자체는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박빙 구도에선 성향이 비슷한 유력 후보의 표를 잠식해 당선에 지장을 줄 정도의 '스포일러'(spoilerㆍ방해 입후보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들의 거취에 따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 등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다.
30일 현재 주요 군소 후보로는 심상정 진보정의당 후보,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무소속의 강지원 박찬종 이건개 후보 등이 있다. 최근 리얼미터(23~25일)의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는 이정희 후보의 지지율이 0.5%였고 심 후보, 이건개 후보, 박 후보, 강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0.1~0.3%였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들의 실제 대선 득표율이 0.3~2%가량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메이저 후보들의 양자 대결 격차는 1~3% 포인트 정도에 불과하다. 4ㆍ11총선 당시 보수 정당과 진보 정당 득표율 합계를 비교하더라도 그 차이는 1~2% 포인트 이내이다. 따라서 대선에 나서는 군소 후보가 1% 전후만 득표하더라도 유력 후보의 승부가 뒤바뀔 수도 있다.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는 "절대적 수치로는 미미하지만 여야 세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선 군소 후보 득표율이 균형추를 움직이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야권 후보 단일화 국면이 지나고 여야가 1대 1로 맞붙는 상황이 되면 군소 후보 거취가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47.43%)가 민주당 한명숙 후보(46.83%)를 꺾은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3.26%)의 득표율이 선거 승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서도 무소속 랄프 네이더 후보가 537표 차로 승부가 갈린 플로리다에서 9만 7,488표를 기록하는 등 접전 주에서 2~4%를 얻으며 민주당 성향 표를 잠식해 당락을 바꿔 놓았다.
이에 따라 이정희 심상정 후보처럼 나름의 득표력을 지닌 야권 성향 후보들이 적지 않은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전문가는 "합당으로 보수 진영에선 선진통일당 독자 후보가 없게 된 만큼 여권보단 야권 군소 후보의 거취에 더 관심이 모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 후보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정희 후보의 완주 여부가 관건이 될 수 있다. 반면 박 후보와 이건개 후보 등이 끝까지 출마하면 보수 성향 표를 잠식할 가능성이 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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