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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경영구조 혁신" 불구 경제민주화 압박에 첫 화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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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경영구조 혁신" 불구 경제민주화 압박에 첫 화답

입력
2012.10.3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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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거세지는 경제민주화 압박 속에 재벌그룹의 물밑 움직임도 분주하다. 겉으로는 개별적 대응을 자제한 채 전국경제인연합회나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단체를 통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미 경제민주화가 대세로 굳어진 만큼 어떤 형태로든 현 지배ㆍ경영구조에 대한 손질은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재계의 고위소식통은 "새 정부 출범 이후에 대비해 각 그룹마다 개혁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K그룹이 30일 경영체계 개편계획을 내놓은 것은 경제민주화 압박에 대한 대형 재벌그룹의 첫 화답이란 점에서 재계는 각별히 주목하고 있다. 아직 완성된 형태는 아니고, SK엔 자체적 사정이 있을 수 있으나 향후 거세질 경제민주화 및 재벌개혁 드라이브의 맥락에서 본다면 다른 그룹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SK는 1998년 최태원 회장 취임 이후 '따로 또 같이'란 이름으로 경영구조 개혁을 추진해왔는데, 이번이 세 번째 버전이다. '따로 또 같이'는 그룹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계열사 자체의 생존역량을 강조하는 최 회장의 독특한 경영철학. 2002년 제주선언에서 1.0 버전이 탄생했고 SK는 총수 1인 체제 중심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데 힘을 모았다. 예컨대 2004년 외국계 헤지펀드인 소버린이 경영권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하자, SK는 사외이사제도를 강화하고 이사회에 보다 많은 권한을 할애하는 구조로 바꿨다.

'따로 또 같이 2.0'은 2007년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등장했다. 순환출자로 계열사끼리 부실이 전이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지주회사인 SK㈜를 만들어 지배ㆍ소유구조를 단순화시켰다.

이날 최 회장 주재로 열린 경영진세미나에서 추진키로 한 3.0 버전도 급변하는 경영환경의 산물이란 평가가 많다. 사실 지난 5년 동안 지주회사 체제의 성적표는 나쁘지 않았다. SK그룹의 전체 매출액은 지주회사 출범 직전 68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121조8,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글로벌 사업 비중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지주회사인 SK㈜와 계열사간 종속적 관계 설정은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됐다. 이날 세미나자료로 작성된 '따로 또 같이 3.0을 통한 안정과 성장' 보고서는 "1인이 결정하는 '슈퍼맨형' 의사결정 방식은 조직이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속도가 느려져 결국은 피해가 생긴다"고 적시하고 있다. SK관계자는 "이미 9월부터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이 최적의 경영체계를 도출하기 위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해 왔고 결론은 계열사의 책임 경영이 강화돼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졌다"고 말했다.

SK쪽에선 경제민주화 압박이나 최 회장의 재판과는 무관한 순수 경영시스템 혁신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총수 1인 지배력을 줄이고 계열사 CEO권한을 강화하려는 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재벌개혁흐름과도 맥을 같이 한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사실 다른 재벌그룹들도 '대선 이후' 상황에 대비한 작업이 한창이다. 특히 순환출자형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를 단계적으로 해소하는 방안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경제민주화에 대해선 현재로선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다"면서도 "다만 내부적으로 모의실험을 통해 순환출자 구조 해소에 필요한 비용 등은 산출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도 "현재로선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에 전념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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