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짝퉁’ 애플이 진짜 애플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짝퉁 천국’이란 말이 괜히 나온 얘기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은 29일(현지시간) 애플을 모방해 급성장한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小米)가 중국 시장에서 애플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샤오미는 지난 2010년 중국 벤처기업가 레이쥔이 구글 엔지니어 출신의 동갑내기 친구 린빈과 함께 설립한 회사. 지난해 8월 첫 제품을 내놓은 뒤 불과 5개월만에 352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판매 4분 만에 30만대가 팔리는 등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고, 올해 역시 700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NYT는 보도했다. 호조덕에 작년 500명이었던 직원수는 올해 1,200명까지 늘었다.
폭발적인 성장 비결은 애플 베끼기다. 샤오미는 애플의 거의 모든 것을 모방하고 있는데, 심지어 지난 8월 열린 신제품 출시 행사 때엔 창업자 레이쥔이 검은색 폴로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은 채 등장하기도 했다. 생전의 스티브 잡스와 똑 같은 의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한 것이다. 레이쥔 역시 “평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스티브 잡스”라고 주저없이 말할 정도다.
‘오너의 철학’이 반영된 때문인지, ▦모서리의 둥근 디자인이나 ▦긴 타원형의 스피커 등 애플이 특허로 내세운 요소들을 제품에 거의 그대로 베꼈다. 여기에 ‘샤오미1S’, ‘샤오미2’로 이어지는 제품 라인업도 ‘아이폰4S’, ‘아이폰5’ 등 애플의 작명법을 따랐다.
가격은 확실히 애플보다 싸다. 듀얼코어 프로세서에 4인치 스크린, 800만 화소의 카메라를 탑재한 샤오미 1S의 경우 1,499위안(한화 약 27만 원)으로 아이폰4S의 절반도 안되고, 지난 8월 출시한 샤오미2 역시 1,999위안(한화 약 35만 원) 수준이다.
모든 걸 다 베끼는 샤오미이지만, 한가지 장점은 있다. 소비자들의 요구를 다음 제품에 적극 반영하는 개방성이다. 샤오미는 매주 금요일마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자체 운영체제를 업데이트 하고, 소비자들의 제기하는 사용상의 문제점 등을 청취하는 자리를 만드는 점 등은 폐쇄적인 애플에선 찾아볼 수 없는 대목이다.
사실 애플 모방은 샤오미만의 얘기는 아니다. 지난해 7월 중국을 여행중인 한 미국 블로거에 의해 현지 ‘짝퉁 애플 스토어’가 발견됐는데, 간판은 물론 매장 직원들의 유니폼까지 같아 순식간에 인터넷을 통해 퍼지며 양국간 무역분쟁 조짐까지 보였다. 당시 행정당국이 폐쇄조치를 내려 일단락 되는 듯 했지만, 해당 매장은 이름만 바꿔 다시 영업을 하는 등 근절되지 않았고, 중국에선 ‘웬만하면 그러려니’ 하던 애플도 제품과 함께 매장 건축설계도까지 특허를 신청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올해 안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이 될 것”이라며 “중국에서 애플은 삼성전자 뿐 아니라 현지 짝퉁업체와도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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