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두류공단 악취 때문에 숨을 못 쉬겠어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두류공단 악취 때문에 숨을 못 쉬겠어요”

입력
2012.10.30 06:42
0 0

주택가 바로 옆 공장에서 뿜어 대는 악취 때문에 한 마을 주민들이 집단으로 이주한 뒤 남은 공장에서 종전보다 더 심한 공해물질을 내뿜는 바람에 이주단지로 옮긴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지도 단속해야 할 경주시는 팔짱을 낀 채 수수방관하고 있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 28번 국도 북쪽 이주단지. 이 마을에는 도로 건너 1.5㎞ 가량 떨어진 두류 1리 주민들이 공해공장을 피해 정든 고향을 버리고 지난 6월부터 집단으로 옮겨 모여 살고 있다.

하지만 새 집으로 이사한 기쁨도 잠시였다. 요즘 이 마을 사람들은 종전보다 더 심한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전에 살던 곳에 남은 공장들이 주민들이 이주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더 심한 공해물질을 내 뿜었기 때문이다.

30일 오후 이 마을에 들어서자 쾌쾌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바람 방향이 남풍이라도 불면 손수건으로 코를 막지 않고는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 주민들은 “공해공장을 피해 이주하면 뭘 합니까. 민가가 없어졌다고 남은 공장들이 마음 놓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바람에 옮긴 마을이 어떻게 이전보다 더 심한 악취로 뒤덮일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라고 성토했다.

문제의 두류공단은 정식 산업단지가 아니라 ‘공업지역’으로 자연부락 인근 농경지와 야산에 1980년대 후반부터 자연발생적으로 하나 둘씩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 지난해 말 기준 33만㎡ 가량의 부지에 40여개의 업체가 가동 중이다.

문제는 이들 업체 상당수가 폐기물 재활용이나 화학업체인데다 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공해방지시설이 부실하고 제대로 가동도 하지 않은 데 있다.

이 때문에 500년 넘게 대대손손 이 마을에 살아온 주민들은 수십년간 한여름에 창문도 열지 못하는 등 고통을 겪다가 2010년부터 현재 마을로 집단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경주시는 두류공단에서 28번 국도 너머 옥산리에 130억원을 들여 이주단지를 조성했고, 2010년부터 택지를 분양해 지금까지 60여가구 120여명의 주민 중 1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가 새집을 지어 이사를 마친 상태다.

하지만 이주 후 남은 공장의 공해물질 배출은 더 심해졌고, 흐린 날에는 이 마을뿐 아니라 5㎞ 가량 거리의 안강읍내까지 악취가 확산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해졌다.

이 지역에 입주한 일반 공장의 공해업체 때문에 만성적인 악취와 분진으로 두통과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고 있고, 일부 직원들은 공해 때문에 이직을 고민할 정도다. 인근 풍산 안강공장에서는 정식으로 경주시에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설 정도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다.

한 주민은 “경주시가 주민들을 집단 이주시키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줄 알지만 사실상 이주 후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가까운 안강읍사무소에 환경 관련 공무원을 배치해 지속적인 지도단속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두류공단협의체 관계자는 “공단 내 일부 업체에서 악취와 분진을 내뿜는 것은 사실인데, 최근 입주업체 전체 회의를 통해 집진시설을 설치하는 등 악취 저감을 위해 노력하자는 자정결의를 했고, 이달 말까지 구체적인 악취ㆍ분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웅기자 ks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