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1961~84년생)인 30~40대 국내 자산가 상위 50명 중 '자수성가형'최고경영자(CEO)가 9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창업주인 할아버지나 아버지에게서 재산을 물려받은 재벌그룹 2~4세였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김우중 대우그룹 창업주 등 창업1세대와 달리, 스스로 사업을 일궈 갑부반열에 오르는 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29일 재벌ㆍCEO 경영분석사이트 CEO스코어가 금융감독원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자산액 기준 상위 50명 가운데 41명이 재벌 자제들이었으며, 특히 상위 1~6위를 모두 이들이 차지했다.
주식과 보유자산 합계 순위별로 보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3조5,003억원으로 1위였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가 2조8,438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2조4,230억원으로 3위에 올랐고,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8,382억원)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7,209억원)이 각각 4, 5위를 차지했다.
창업 자산가 중 가장 높은 순위는 총 자산이 5,733억원인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이 차지했다. 이 의장은 전체 순위에서는 7위를 기록했다. 게임회사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의 박관호 대표가 4,731억원으로 창업자 중 2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4,671억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NHN 공동창업자인 이준호 이사와 화장품 '미샤'브랜드로 잘 알려진 서영필 에이블씨앤씨 회장이 창업자 중 4위와 5위에 각각 올랐다.
특히 최근 글로벌 스타로 떠오른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대박'을 터트린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자산액이 2,662억원으로 수직 상승하면서 창업자 가운데 6위, 전체 2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자산 순위 50위 내에 오른 창업기업가들의 주력 업종은 인터넷포털과 게임, 인터넷쇼핑, 문화컨텐츠 등 최근 국내에서 인기몰이 중인 신종 업종이었다. 제조업은 사실상 전무했다.
미국도 제조업 기반의 창업성공확률은 낮은 상황.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애플의 고 스티브 잡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 최근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처럼 IT나 소프트웨어 쪽에선 여전히 새로운 창업 갑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산업구조가 고도화되고 대부분 업종이 레드오션이 되면서 창업가들이 설 땅은 점점 비좁아지고 있다"며 "기회확대 측면에서 창업가들의 성공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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