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교과서에 '을사늑약(乙巳勒約)'이라는 용어가 실린다. 을사늑약은 일본이 1905년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는 등 국권이 일본에 넘어간 사건으로 한국 입장에서 불평등하고 강압적인 '늑약'이었으나, 그 동안 일본의 시각에 따른 친선의 의미인 '을사조약(乙巳條約)'이라는 용어만 교과서에 허용돼 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국사편찬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을사조약'뿐 아니라 '을사늑약' '제2차 한일협약'이라는 용어를 모두 쓸 수 있도록 교과서 편수용어를 개정키로 하고, 이번 주중에 출판사들에게 이 같은 결정을 통보한다고 29일 밝혔다.
국사편찬위 검정심의회는 내년 새로 적용되는 중학교 역사교과서 검정을 진행하면서, '을사늑약' 용어를 교과서 편수용어에 따라 '을사조약'으로 바꾸도록 한 사실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은 교과부에 편수용어를 바꿀 것을 건의했고, 교과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교과부는 또 이한열 열사의 사진, 김구 선생을 임시정부 요인으로 설명한 사진 등도 교과서에 실릴 수 있도록 출판사들에게 통보할 예정이다. 앞서 국사편찬위 검정심의회는 1987년 한국 민주화 운동사를 기술하며 실린 경찰의 최루탄을 맞아 피를 흘리고 있는 이한열 열사의 사진을 "지나치게 참혹하다"며 교체토록 했고, 초기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 사진 속의 김구 선생에 대해서는 "당시 임시정부 요직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승만 이동휘 안창호 선생만을 임시정부 요인으로 설명하도록 했다.
검정심의회의 통보에 따라 출판사들이 을사늑약을 빼는 등 이미 교과서를 수정했지만, 내년 3월 발간될 때는 원본대로 실릴 것이라고 교과부는 덧붙였다.
한편 일본 '천왕'을 '국왕'으로 지칭하는 것은 앞으로도 교과서에 허용되지 않는다. 교과부는 "천왕이라는 용어는 일왕을 높이는 말이 아니라 당시 정치체제상의 용어이기 때문에 천왕으로 써야 한다는 것이 국사편찬위원회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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