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생명체보다 기능면에서 더 우수한 인공적인 물질이나 기술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명체를 제대로 모방해 낼 수 있다면 우리 인류에게 유용한 소재나 기술의 개발이 가능합니다.”
포스텍 차형준(44·화학공학과) 교수는 바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홍합을 이용, 인체에 해롭지 않은 의료용 접착제는 물론 약물전달 물질까지 만들어 내는 마술사 같은 연구의 대가로 잘 알려져 있다.
가치와 실용 두 마리 토끼 잡다
홍합 속 접착단백질의 우수성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경제성 측면에서 실용화 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를 받던 2000년 초반 그는 홍합접착단백질의 실용화 가능성을 놓고 연구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차 교수 연구팀은 2004년 접착단백질을 코딩하는 새로운 유전자를 확보, 홍합접착단백질과 같은 우수한 접착력을 가진 재조합 생체접착소재를 세계최초로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2007년 처음 개발한 소재의 한계를 극복한 하이브리드 접착제를 개발, 대량생산의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홍합접착제연구는 이제 실용화로 가고 있는 단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연구 시약용으로는 이미 실용화 되었고 산업용접착제로는 기술이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의료용 소재의 경우에는 최근에 GLP급 생산설비를 갖춰서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동물실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면 그리 멀지 않아 실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생명체가 가진 무한한 가치창조
홍합 접착단백질 연구는 여러곳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실제 응용이 가능할 뿐아니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것은 전세계에서도 차형준 교수 연구팀 뿐이다.
외과수술이나 성형수술에서 조직이나 피부봉합을 위해 봉합사 대신 사용하는 생체접착제의 경우 전량수입에 의존하고 있을뿐 아니라 접착력이 매우 미미하다는 문제가 있다. 또 접착력이 우수한 화학접착제의 경우 인체에 독성이 있다는 문제점 때문에 차 교수팀의 연구성과에 의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홍합접착단백질로 만드는 생체접착제는 인체에 무해하고 접착력이 우수하다. 물론 이 접착제를 통해 치과용 접착소재, 인공장기나 인공피부 등의 실용화도 앞당길 수 있다.
뿐만 아니다. 홍합접착단백질은 DNA칩 ,단백질칩과 같은 바이오칩에도 응용이 가능하고 인체에 무해한 목재용 접착제, 인공모발용 접착제, 환경친화적인 선박용도료, 수중접착제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까지 폭넓게 활용이 가능하다.
이제 차 교수는 홍합 외의 다양한 해양생명체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해양바이오 산업신소재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해양생명체를 이용, 혁신적인 바이오 원천소재를 개발하는 연구를 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 교수는 이 사업을 통해 말미잘에서 유래하는 실크소재를 발견, 고기능 실크섬유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생체모방연구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화합물로 전환, 새로운 소재를 만들어 내는 연구도 진행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차형준 교수는 “말미잘 실크 등 연구성과는 실용화까지 후속 연구가 무척 중요하다”며 “처음 홍합접착단백질 관련 연구를 시작할 때처럼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연구에 매달리겠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차형준 교수는 1990년 서울대학교 졸업,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 취득 후(92, 95),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생명공학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1999년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에 둥지를 틀고 현재 동과(同科)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생물공학회 담연학술상(2007)을 시작으로 2010년 한국생물공학회 우수기술연구상을 비롯, 제 15회 바다의 날 국무총리 표창 수상 등 우수한 연구실적을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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