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40여명이 한방첩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에 반발하며 대한한의사협회 사무실 점거에 들어갔다.
29일 한의사협회 등에 따르면 한의사들은 전날 오후 2시부터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협회 사무실을 점거한 뒤 건물을 폐쇄했다. 이에 따라 김정곤 회장과 협회 직원 40여명은 29일 출근하지 못했다.
점거농성 중인 한의사들은 "협회 집행부가 처방권이 없는 (한)약사들이 자의적으로 한방첩약을 조제할 수 있도록 정부와 밀실합의를 했다"며 "협회 집행부가 자진사퇴할 때까지 농성을 풀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재 한의사들에게만 주어진 한방첩약 조제에 대해 약사의 참여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협회 집행부가 중대사안은 대의원 총회 의결로 결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지난 25일 건보 보장성 확대 계획의 일환으로 2,000억원을 투입, 내년 10월부터 3년간 노인ㆍ여성 질환 치료용 한방첩약에 대해 시범적으로 건보를 적용하고, 구체적인 적용 대상이나 보장률 등은 이해단체들과 협의를 통해 정하겠다고 밝혔다.
농성 중인 한의사들은 국민건강권을 내세우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내년 초로 예정된 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지지세를 얻기 위한 실력행사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현 집행부에 반대하는 일부 세력이 '기회'라고 여기는 것 같다"며 "누구에게 처방권을 줄지 합의된 것은 전혀 없으며 이들의 오해를 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의사협회를 강경세력이 장악해 대화와 타협 대신 집단이익만을 추구할 경우 그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대한의사협회의 경우 과거 총회에서 집행부에 계란과 멸치액젓 등을 투척하던 강경세력이 선출돼 현 집행부를 장악한 뒤 포괄수가제 거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참여 보이코트 등 사사건건 당국과 대립하고 있다. 한의사협회도 이 같은 전철을 따르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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