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79) 다스 회장이 서울 구의동 자택 아파트 문간방 붙박이장에 수년째 수억원의 뭉칫돈을 보관하고 있으며, 이 중 일부를 꺼내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34)씨에게 내곡동 부지 매입 자금으로 빌려줬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회장 측 관계자는 29일 "시형씨가 '땅을 사려는데 돈이 부족하다'며 지난해 5월20일 경주 사무실로 차용증을 써 와, 이 회장이 직접 서울 자택의 붙박이장에서 꺼내 보자기에 싸뒀던 돈을 부인 박씨가 5월24일 경주에서 올라온 시형씨에게 전달했다"며 "시형씨가 건네받은 돈은 6억원 하고 수천만원이었으며 이를 바퀴 달린 여행용 짐가방, 손가방 2개에 나눠 담아 가져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보관하고 있던 돈의 출처 및 그 사용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 측은 "이 돈은 2005년부터 이 회장 개인통장에서 조금씩 뽑아둔 것이며, 평소 자전거로 앞을 가려둔 붙박이장에는 전부 10억여원이 들어간다"며 "사업을 하다보면 은행에 돈을 못 넣지 않느냐. 은행에 1,000만원 이상 넣으면 세금을 떼니 자금 출처 때문에 붙박이장에 돈을 보관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시형씨가 내곡동 사저 부지 특별검사팀(이광범 특별검사)의 소환조사에서 앞서 검찰에 냈던 서면진술서 내용을 번복하고 이 진술서를 자신이 직접 쓰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검찰 수사결과의 신빙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시형씨의 측근 등에 따르면 당초 시형씨가 검찰에 낸 서면진술서는 시형씨의 설명을 들은 청와대 행정관이 작성했다. '대충 써도 된다'는 행정관의 말에 시형씨가 기억나는 대로 부지 매입 상황을 이야기했고, 행정관이 대신 쓴 서류를 추후 시형씨가 꼼꼼히 보지 않고 검찰에 제출하다 보니 날짜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에 오류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형씨는 특검팀 소환조사에서 "내가 내곡동 땅의 실매입자로 땅값 대출도 내가 직접 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검찰 서면조사 때 "아버지에게 들은 내용대로 돈을 마련했고 구체적 사항은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내용을 번복한 것으로, 실매입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부각시킨 것이다. 시형씨는 또 큰아버지 이상은 회장에게 돈을 빌리러 간 날짜도 지난해 5월23일에서 5월24일로 고치면서 KTX 표 등을 증거자료로 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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