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IT강국이 아직도 전자투표를 공직선거에 도입하지 않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 정치 및 정치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연구로 주목받는 대구가톨릭대 장우영(44·정치외교학) 교수는 “세상은 바뀌는데 투표방식은 아직도 제자리”라고 아쉬워한다.
실제 공직선거에 전자투표를 도입한 나라는 30여 개국에 이른다. 선진국은 물론 필리핀 등 후진국도 전자투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일반 투표나 전자 투표 모두 오류는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정치적으로 수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장 교수는 평한다.
전자투표 안착 열쇠는 정치적 수용 여부
그가 말하는 전자투표는 ‘현장투표’다. 도서관이나 학교, 관공서 등 신뢰도 높은 장소라면 어디든지 투표소로 지정, 터치스크린 방식의 투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통합선거명부를 활용하면 전국 어느 투표소에서든 투표를 할 수 있고, 해외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현장 투표소에 설치된 은행 ATM기 형태의 전자투표 기기로 투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노동조합 선거, 정당 전당대회 등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이미 전자투표를 도입했다. 공직선거에서도 도입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 장 교수의 생각이다. 다만 기득권을 방어하려는 집권당이 전자투표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중앙선관위도 2000년대 중반 중점사업으로 전자선거를 도입키위해 기획단을 구성했으나 결국 중도하차했다. 당시 이에 참여, 보고서를 쓴 장 교수는 “전자투표가 젊은 층, 야당에만 유리하다는 생각이 여당 쪽에 만연하지만 전혀 검증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의 모바일 투표에 대해서도 그는 할 말이 많다.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 투표를 앞세워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첫 사례지만 직접·비밀선거의 원칙을 어길 우려가 있고 특정 계층과 세대의 표심을 과대 대표하며, 당원과 선거인단에 동일하게 1인1표를 부여해 정당정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다 불안전한 경선 관리와 정치공학이 투표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경고다.
장 교수는 “모바일 투표만 앞세운다고 선거 체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며 “전자투표에 대한 원천 방어, 급진 수용 모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선거 현대화 실험 필요해
그가 전자투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0년대 중반이다. 2002년 대선 직후 당시 한나라당 요구로 전수조사에 가까운 재검표를 했다. 그는 “당시 상황은 은행 지폐 검수기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손으로 돈을 세자는 것과 같았다”며 “공정선거를 위해 시군구 단위로 선관위가 있는 유일한 나라의 투개표 사무가 너무 시대에 뒤떨어져있어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2005년 찾은 영국 선관위는 그에게 좋은 공부가 됐다. 선거현대화가 진행 중인 영국은 전자투표는 물론 지방선거에 인터넷 투표, 문자메시지 투표도 도입하는 등 선거현대화 실험을 하고 있었다. 그는 “10년 가까이 다양한 방식으로 선거를 현대화할 수 있는지 실험 중인 영국을 보면서 가장 선진적인 기술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의 선거를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의학과 공학을 접고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건국대에서 ‘인터넷 거버넌스’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대구가톨릭대 강단에 서고 있는 장 교수는 ‘정치과정’, ‘한국정치론’, ‘지방정치’ 등을 강의하고 있다.
장 교수는 “전자투표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검증된 선거제도기 때문에 우리도 공직선거법 틀 안에서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준호 기자
장우영 교수는 건국대학교 의예과 수료 후(90) 광운대에서 전자재료공학을 전공(96), 건국대학교에서 정치학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쳤다.(1998, 2003) 그 사이 그는 건국대학교 한국정치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쳐 아시아-태평양 연구센터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박사학위 취득 후, 한국국제정치학회 과학기술정책분과 위원을 거쳐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 한국정당학회 편집위원 등을 거쳐 현재 가톨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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